증권
계열사 정리…SK 효율성·LG 투명성 확보
입력 2018-10-04 17:50  | 수정 2018-10-04 21:47
◆ 레이더M ◆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공식화함에 따라 국내 대기업집단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계열사뿐 아니라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지주사 등의 자회사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손길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M&A) 시장은 때아닌 '호황'이 열린 모습이다. 대기업집단은 규제 대응을 위한 지분 정리 과정에서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 중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거래가 성사된 대기업 계열사로 CJ그룹의 조이렌트카, 한화그룹의 한화시스템, SK그룹의 SK디앤디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의 오너 지분은 모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됐다. SK그룹은 SK해운에 대한 유상증자 유치를 통해 보유 지분율을 50% 아래로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 이슈를 비켜 나가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이어 SK인포섹을 SK텔레콤에 넘기는 방안까지 모색 중이다. SK인포섹을 SK텔레콤에 넘길 경우 'SK(주)→SK텔레콤→SK인포섹'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율이 25.22%에 불과하기 때문에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구조다. 동시에 SK텔레콤이 전사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등 신사업과 관련해 SK인포섹 역할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SK인포섹 지분 거래가는 3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SK인포섹은 지난해 기업 현금흐름 창출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27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3000억원은 EBITDA 대비 대략 11배 수준의 가치다. 이는 한화그룹이 지난해 정보기술(IT) 시스템 기업 옛 한화S&C를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지분을 넘길 당시 가치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판토스는 오너 지분율이 19.9%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지분율 7.5%)과 구연경 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12.4%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후보는 미래에셋대우PE로 LG 측과 협상 중이다.
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그동안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기준인 20%에 0.1%포인트 모자란 19.9% 지분을 보유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회피하고 있다는 편법 논란이 계속 있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이 같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한편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며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같은 대기업발 계열사 '교통정리'는 향후에도 꾸준히 일어날 전망이다. 시발점은 올해 8월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오너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직접 보유한 회사는 물론 해당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오너가 간접 보유한 계열사 등에 대한 사익 편취 규제를 담고 있다. 특히 지주사 체제 기업 중 지주사 직속 자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는 공정위가 장려한 '선진 지배구조 체제'인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오너 보유 지분을 지주사에 집중시켜둔 상태다. 이에 따라 지주사 자회사 중 지주사 보유 지분율이 50%를 넘는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신규 편입됐다.
해당 규제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로 기업에 손해를 끼칠 경우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제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이 강해지며 불필요한 규제가 추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재계는 '강공 일변도' 공정위 앞에서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원이 과거 관행처럼 '예스맨'으로 채워지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이 때문에 배임죄 등의 위험을 무릅쓴 일감 몰아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일단 기업 지분 정리를 통해 논란을 없애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부 투자 유치 등 지분 매각이 수면 위로 떠오른 대기업 계열사도 상당수다. LG그룹은 계열사 서브원 중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부문을 분사한 뒤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GS그룹 역시 시스템통합(SI) 기업 GS ITM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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