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사하구에 자리한 감천문화마을은 노인들만 사는 낙후된 달동네에서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2009년 이후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를 유치해 지난해만 200만명이 넘게 다녀가는 등 젊은층과 외국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겉보기엔 화려했지만 감천문화마을 거주민들은 불행했다. 관광지가 된 혜택이 주민에게는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당과 거리에는 관광객이 넘쳐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빈집은 300채가 넘게 쌓여있었다. 거주자 수도 매년 4%씩 줄어들었다.
디자인진흥원(원장 윤주현)은 2017년 9월부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주민 갈등을 해결하고 수익원을 만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사용자경험(UX)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디자인 방식이다.
진흥원은 감천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거주민과 상인, 관광객과 인터뷰를 벌이는 한편 비슷한 사례인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을 조사했다. 거주민들은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 문제를, 상인들은 지도 등 편의성 부족을, 관광객은 쉴 곳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진흥원은 "주민 150명과 상인 50명, 관광객 150명과 인터뷰를 벌이며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해결책을 고심했다"며 "사용자가 길을 찾기 편한 지도를 만들고, 동피랑 마을처럼 디자인 상품으로 노년 일자리를 만드는 등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노인 일자리는 '감천 꽃할매기념품'을 제작해 해결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마을의 주택을 닮은 석고 방향제 등 노인들이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제품을 제작했다"며 "경로당에서 시간을 때우던 주민들이 돈을 벌면서도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시범판매 기간 1주에 1인당 10여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등 인기를 끌어 마을공동체는 현재 추가 납품과 제작을 고려 중이다.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장
진흥원은 지도와 실제 마을 지형의 오차를 줄이는 한편, 표지판을 동일한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정류소와 종합 안내판을 비롯해 17곳의 안내판을 교체하고, 마을 종합안내지도도 새로 제작했다"며 "인근 대학의 자원봉사자와 마을주민이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한편 안내팀을 조직했다"고 설명했다.진흥원 관계자는 "감천문화마을 외에도 부산 수영구의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재개발한 'F1963' 등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거주민과 신규 진입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디자인을 적극 확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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