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니 강진 당시 기장 "활주로 달리는데 흔들림 시작돼…아슬아슬한 탈출"
입력 2018-09-29 16:20  | 수정 2018-10-06 17:05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을 덮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한 순간 현지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 조종사가 당시 상황을 증언해 눈길을 끕니다.

29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진으로 전날 오후 6시 2분(현지시간) 중앙 술라웨시 주 북부 일대의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팔루 공항에선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바틱 항공 소속 여객기가 활주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해당 여객기를 몰았던 리코세타 마펠라 기장은 "어쩐지 급히 이륙해야 할 것 같아 평소와 달리 신속한 허가를 요청했다. 그리고 활주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기체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되새겼습니다.

활주로 표면이 고르지 못한 탓이라고 여긴 그는 여객기를 그대로 이륙시킨 뒤 공항 관제탑과 통신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관제탑은 이미 지진으로 관련 시설이 파괴되고 직원들이 대피해 응답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마펠라 기장은 이어 2천∼3천 피트(609∼914m) 상공까지 고도를 높이자 주변 해역에 이상한 모양의 파도가 치는 것이 보였다면서 "설마 지진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여객기는 원래 목적지였던 남(南) 술라웨시 주 마카사르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습니다.

마펠라 기장은 이후 뉴스를 보고서야 아슬아슬하게 재난을 비켜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관제탑이 파손되고 활주로에 400∼500m 길이의 균열이 발생한 팔루 공항은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재난 당국은 구호물자와 인력 등을 실은 군용기의 착륙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인도네시아 공군은 헬리콥터 외엔 사실상 이착륙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지역에선 현지시간으로 전날 오후 6시쯤 규모 7.5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약 20분 만에 1.5∼2.0m 높이의 쓰나미가 뒤따라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중앙술라웨시 주의 주도인 팔루 시는 너비 5㎞, 길이 18㎞의 좁은 협만 가장 안쪽에 있는 입지조건 때문에 쓰나미 충격이 증폭돼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술라웨시 섬 북부에선 이후 100차례 가까운 여진이 일어났습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은 현재까지 최소 48명이 숨지고 350여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희생자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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