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아파트 거래절벽…`호가 거품` 걷힐까
입력 2018-09-28 17:31 
서울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내 부동산중개소가 손님 발길이 끊어져 한산하다. [한주형 기자]
올해 '황금 추석 연휴'는 서울 강남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특히나 더 길었다. 수년째 집값이 뛰면서 제대로 추석 연휴를 쉬지 못했지만, 올해는 부동산중개소들이 닷새 이상 쉬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에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으면서 거래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 탓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Y부동산중개소 대표는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나서 고객에게 '집 사라'고 하면 간첩 소리 듣는 상황"이라며 "집을 사겠다고 덤비는 사람도 없고, 급하게 판다는 사람도 없어 추석 연휴 이후 27일까지 푹 쉬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천장이 뚫린 것처럼 급등하던 서울 집값도 추석 연휴를 전후로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 25개구 모두가 전주 대비 상승폭을 줄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모양새다. 실제 9·13 부동산 대책 전후로 아파트 거래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정보에 의하면 규제를 앞두고 거래량이 폭증하며 1463건에 달했던 9월 1~13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월 14~28일 기준 125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추석 연휴를 감안해도 90%가량 줄어든 것은 눈에 띈다.

과열 양상을 보인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거래 빙하기가 찾아온 셈이다. 부동산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줄지 검증하는 데 상당 시일이 걸릴 뿐 아니라 하반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시행 등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거래절벽의 이유로 꼽힌다.
가격은 강남·강북 할 것 없이 신고점보다 낮은 실거래 매물이 등록되며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전용 118㎡)는 최근 11억832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지며 전고점(11억4500만원)보다 4000만원 낮아졌다. 8~9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된 매물이 쏟아지며 급등했던 구로구 신도림태영아파트(전용 84㎡)는 규제 후 6억5000만원짜리 거래 매물이 등록되며 실거래 가격이 1억원 이상 내려갔다.
구로구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부동산 대책 이후 실거래가보다 높았던 호가는 대부분 빠진 상태고 최고 거래가 언저리에서 거래하려는 매도인과 매수자 간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단지에선 부동산 대책 이후 실거래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성동구 벽산아파트(전용 114㎡)는 최근 거래가 6억4800만원을 기록해 전고점(6억원)을 상회했고 용산구 한강타운 아파트(전용 59㎡) 역시 전고점 대비 1억3000만원가량 높은 실거래가를 최근 신고했다.
용산구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매수인 우세 시장에서 실거래가가 크게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며 "집값이 다시 요동치기 전 평온한 상황인 만큼 실수요자 위주로 매매 시장에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고양시 덕양구는 여러 가지 개발 호재가 엮이면서 나 홀로 급등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주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 매매가는 0.62%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하철 3호선 북부라인을 타고 은평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몰리면서 그 상승세와 투자 수요가 고양시 덕양구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가계의 전반적인 체감경기가 반등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왔다. 9월 가계 주택 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은 10포인트 상승해 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9·21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발표 이전에 조사된 것이긴 하지만 국민의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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