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퇴출 결정을 받은 트레이스가 허위공지로 주가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회사의 기망 행위에 속아 넘어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터치스크린 모듈 개발 제조 전문업체인 트레이스의 주가 조작 정황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레이스는 지난해 2월 미국 애플사의 임직원이 본사를 방문했다는 내용을 회사 공지사항에 올렸다. 자사가 개발한 전면지문인식 FOD(Fingerprint On Display) 기술의 개발과 양산 등 협의를 위해 애플 직원들이 내방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튿날 트레이스의 주가는 15% 넘게 급등했다.
2018년 3월 2일 트레이스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공지사항. 트레이스가 FOD 인터페이스 유일 공급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 직전인 지난 3월 초에도 공지가 이어졌다. 애플사 하드웨어(HW) 엔지니어 및 센싱 시스템 팀원들이 본사를 내방했으며 트레이스가 아이폰에 유일하게 FOD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측은 FOD 모듈이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 신규 출시 스마트폰 적용을 시작으로 공급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으며 관련 시장 제품의 수년간 독점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평했다.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와 투명지문인식 모듈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연이어 공지했다. FOD 솔루션을 토대로 세계 최초의 투명지문인식폰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의 생체보안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있어 새로운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애플 및 삼성전자 협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공지 이후 이틀 동안 주가는 무려 60% 가량 치솟았다.
2018년 3월 5일 트레이스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공지사항. 삼성전자와 FOD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회사의 공지가 모두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분기 말 기준 트레이스의 매출비중을 보면 터치스크린모듈 및 후레쉬 광모듈 비중은 '제로'였다. 100% 가량이 상품 매출(기타 매출)에서 나오고 있어 현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얘기다. 실제 기타 매출은 TV 및 모니터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이마저도 종속회사인 제이아이리더스 비중이 100%인 상황이며 트레이스의 이 같은 공지는 주가 상승 후 자사 홈페이지에서 삭제 처리됐다.2018년 3월 7일 트레이스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공지사항. 지난 5일부터 해외 A사와 신규출시 스마트폰 관련 지문인식폰의 개발과 양산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는 내용이다.
설령 공지가 밝힌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더라도 트레이스는 한국거래소 공시규정을 어긴 셈이 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 공시규정 제6조 4항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상장법인은 회사의 경영·재산 및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항의 발생 또는 결정이 있는 때에는 그 내용을 사유발생일 다음날까지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증시 퇴출에 직면해 있지만 상폐 이후에도 부실공시에 따른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트레이스의 한 주주는 "트레이스 측은 FOD가 당장 상용화가 될 것처럼 각종 거짓 공지와 신년사 등으로 주주들을 현혹했다"면서 "트레이스와 터치스크린 개발 협약을 맺은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가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됐는데, 이 사건과 비교해봐도 매우 엄중하고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레이스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 3월 23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트레이스의 정리매매 개시를 위해 주권매매거래 정지를 오는 28일부터 해제한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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