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 연구진이 피부에 붙인 상태로 심장박동수를 측정할 수 있는 '유연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이 바이오센서는 별도의 전원 장치를 연결할 필요없이 자가 발전이 가능해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 유기재료연구소 박성준 박사와 일본 이화학연구소 허수원 연구원, 일본 도쿄대 타카오 소메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유기태양전지를 이용, 별도의 전원 없이도 피부에 붙일 수 있는 심장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26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혈압이나 맥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바이오센서는 여럿 개발됐다. 하지만 전원이 문제였다. 웨어러블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딱딱하고 크기가 큰 별도 전원장치를 기다란 선을 통해 연결해야 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볍고 유연한 '유기태양전지(OPV)'를 바이오센서에 적용하려 시도해왔다. 하지만 피부 주름으로 발생하는 기계적인 변형으로 태양전지 효율이 뚝 떨어져 전원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한·일 공동 연구진은 OPV와 '유기전기화학트랜지스터(OECT)'를 결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파릴렌'으로 만든 얇은 기판 위에 OPV와 OECT를 조립했다. OPV 셀에 쏟아진 빛의 약 10.5%가 에너지로 전환된다. 일반적으로 휘어지는 OPV는 단단한 OPV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화아연'이 갖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패턴으로 만들어 적용했다. 산화아연 구조는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OPV 셀 안에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시킴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일 연구진이 개발한 자가 발전 가능한 바이오 센서의 모습. 손가락에 붙이면 OPV셀이 빛을 전기로 바꿔 PECT에 제공. OCET가 심박수를 감지 <사진제공=네이처>
연구진이 개발한 OPV전지의 또다른 장점은 태양전지가 놓인 각도가 변해도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태양전지는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클 경우 빛이 반사돼 광전환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진이 만든 패턴은 들어오는 빛의 반사를 최소화시킴으로써 움직임으로 인한 효율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다. 네이처는 '뉴스&분석' 코너를 통해 이번 논문을 소개하면서 "기존의 유연한 OPV는 단단한 재료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깨지기 쉬었다"며 "연구진의 이번 결과물은 기계적인 변형이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적 성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길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도 높은 광변환 효율을 보였으며 900번 가까이 늘리는 작업을 반복해도 효율은 기존의 75%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이오센서를 손가락과 가슴에 붙이고 흔히 쓰이는 조명 아래 두자 OECT가 OPV셀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 피부에서 발생하는 심박수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은 자가 발전 가능한 차세대 전자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네이처는 "개발된 OPV를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려면 아직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또한 낮은 출력 때문에 높은 전력이나 복잡한 신호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의 바이오센서는 자가 발전 가능한 전자기기 개발을 위한 획기적인 연구성과"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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