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카톡 그만"
어제(22일)부터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추석 연휴 동안 업무가 밀리지 않도록 평소보다 훨씬 바쁜 주간을 보냈습니다.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는 이지혜(26·가명)씨는 "9월 말에 큰 행사가 있어서 막바지 준비 중인데 다음주에 추석이 끼는 바람에 관련 업체들이 다 쉰다"면서 "이번 한 주 동안 2주치 일을 끝내느라 정말 바빴다"며 한숨을 지었습니다.
이씨는 "회의도 몰아서 하다 보니 시간 맞추느라 저녁 미팅이 잦았다"면서 "추가 근무는 주 52시간 한도에 겨우 맞춰서 올렸지만, 퇴근 후에도 전화와 카톡을 주고받았고 연휴 기간에도 계속 수시로 연락할 것 같다. 사실상 쉬는 게 아니다"라며 푸념했습니다.
대기업 패션 계열사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패션 쪽은 추석 때 특수니까 매장에 상품을 다양하게 채워야 했다"면서 "물류창고에 재고 및 출고 확인 전화를 돌리느라 한 주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우체국의 경우에는 명절을 맞아 업무량이 늘어나 추가 업무에 시달렸습니다.
우체국의 일반 사무업무를 주로 보는 행정직 공무원들은 평소보다 더 자주 택배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예전에는 근로 기준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일하던 집배원들이 주 52시간 한도에 맞게 일하게 되면서, 공무원이라 주 52시간제 대상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 새벽 시간대에 들어오는 택배를 받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한 우체국 관계자는 "명절이 되면 2주 정도 '폭주 기간'이 있다"면서 "평일에 보통 1시간 정도 추가 근무를 한다면 이때는 2시간 이상 하고, 주말에도 평일처럼 아침 9시에 나와서 오후까지 일한다"고 전했습니다.
우체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행정직 인원도 대폭 줄었는데 택배 쪽 일까지 하게 됐다"며 푸념이 나온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우체국 행정직 인원은 2013∼2016년 4년 사이에 총 792명이 줄었습니다.
추석 연휴에 아예 쉬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습니다. 군소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추석에도 돌아가며 근무를 해야합니다.
아이폰이나 애플·아이튠스 관련 고객상담을 받는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소속 '애플케어 상담사'들은 연휴를 며칠 앞두고서야 이번 주말과 추석 연휴 근무표를 고지받았습니다.
주말 근무는 월초에 미리 정해져 있었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이번 주말 근무 인원을 늘린 탓에 부랴부랴 기차표나 버스표를 취소하면서 가족에게 양해를 구한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상담사 이모(29·가명)씨는 "갑자기 주말에 나오라길래 '표를 예매해놔서 어렵다'고 했더니 '그럼 명절 월화수 다 야간 조로 출근하라'는 답이 돌아왔다"면서 "직원들이 항의했더니 주말은 하루에 1만원 더 준단다. 사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휴일수당이 아니라 대휴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씨는 "아이폰 관련 이슈가 터지거나 하면 주 7일 출근을 하면서 주 52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기도 한다"면서 "물론 노동자들 동의를 받지만, 퇴근 시간 다 돼서 '전원 OT(초과근무) 진행합니다' 이런 식으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니까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