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람이 잘못했는데 왜 퓨마가 죽나? "`동물원 폐지` 청원도
입력 2018-09-19 14:41  | 수정 2018-09-19 16:46
퓨마 사살에 동물원 폐지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국민청원 게시판]

대전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호롱이'가 결국 사살되자 시민들의 공분이 이어지며 '동물원 폐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퓨마 사살 후 관련 청원이 50개가 넘게 올라오며 국민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 18일 오후 대전 중구 사정동 대전 오월드(동물원이 있는 테마공원)의 퓨마가 사육장을 탈출했다. 직원이 사육장 청소 뒤 문을 잠그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퓨마는 2시간 뒤 오월드 내 숲에서 발견된 뒤 마취총을 맞았지만 쓰러지지 않고 이동했다. 결국 오후 9시 44분께 오월드 내 야산에서 사살됐다. 탈출 신고 접수 후 4시간 30분 만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제때 생포하지 않으면 시민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숙의 끝에 사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전 오월드 퓨마 호롱이 생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퓨마 사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퓨마 사살'이 각종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비판이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퓨마가 사람의 이기심 때문에 죽었다"며 퓨마 사살 대한 비판과 함께 동물원 폐지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다.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진행한 국민청원은 시작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2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 게시자는 "퓨마가 사람의 실수로 탈출한 것인데 사살된 것은 무책임하다"며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있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고문이다"고 밝혔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이상준 씨(가명·24)는 "동물원이 정말 동물을 보호하는 곳인가. 작은 철장 속에서 갇힌 동물들은 인간의 구경거리일 뿐이다. 다른 방식이 있다면 바꿨으면 한다"며 지적했다.
동물원 폐지 주장은 동물이 있는 비슷한 시설을 갖춘 수족관과 동물카페 불매 운동으로 확대되며 '전시동물'에 관한 불매 운동이 되고 있다. 전시동물은 살아있는 동물을 가두어 전시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전시동물은 동물원과 수족관 등 살아있는 동물들을 인간의 유희를 위해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이런 전시동물들의 권익을 위한 법이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19대 국회를 통과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대한 규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원법은 '동물의 복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동물의 '복지'라는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시행 목적부터 동물들의 권리가 아닌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로 인간 중심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공동대표 서국화 변호사는 동물원법 개정을 주장하며 "일정 요건을 갖춘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된 동물원법은 열악한 환경과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한 동물원을 만들었다"며 "이번 퓨마의 경우도 퓨마의 습성과 마취 방법을 잘 아는 전문 인력이 있었다면 사살까지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동물원 폐지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외국과 같이 실제 생태환경과 비슷한 동물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생태 학습이나 동물들의 번식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전시동물 행위에 반대하고 동물의 권리를 '동물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 관계자는 동물원에 관해 "동물원 존속의 이유인 종보존 차원의 기능과 목적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동물원에서 이뤄지는 동물학대와 방치에 관해서도 꾸준히 지적해왔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인간의 유희를 위해 동물을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다"며 의견을 밝혔다.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수족관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모습.[사진 = 동물권단체 케어 유튜브 케어TV]
동물원 폐지에 관해서도 케어 관계자는 "과학기술이 발달해 시뮬레이션 등을 이용해 충분히 대안 동물원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한국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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