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무위, 인터넷은행특례법 합의…'재벌 진입금지' 시행령으로
입력 2018-09-17 19:36 
국회 정무위원회가 재벌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금지조항을 법이 아닌 대통령 시행령에 넣기로 합의했습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만 예외적으로 보유지분을 34%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 역시 시행령에 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분보유 금지 조항을 시행령에 담는 것을 놓고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를 비롯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아 법안의 최종 처리까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대행인 유동수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러한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합의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유 의원은 "재벌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허용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부대의견으로 '상호출자제한집단 진입 금지'를 넣은 만큼 (금지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산분리가 완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해서도 "대주주 신용공여는 은행법에선 자기자본의 25%로 돼 있지만, 특례법에선 원천적으로 금지했다"며 "지분 보유 한도를 34%로 완화하지만,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무위는 9월 정기국회 개원에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특례법 제정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역설하며 국회에 관련 입법을 촉구하자 여당인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시장 규제 완화를 위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에서 최대 34%까지 확대하는 데에는 일찌감치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의 조건을 놓고는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개인 총수가 있는 대기업(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즉 재벌기업은 지분 보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법에 못 박으려 했지만 일단 모든 기업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이견 절충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여야는 수차례 논의 끝에 재벌기업 금지조항을 본 법안 대신 시행령으로 돌리되 ICT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 지분 보유 확대를 허용해주자는 민주당 주장을 함께 시행령에 넣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은 현행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산업자본 주주인 카카오와 케이티(KT)가 조만간 자산 10조원을 넘을 예정이거나 이미 넘은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 이러한 조항을 두자고 했으나 한국당은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맞서 왔습니다.

여야는 일단 시행령이 행정부 소관인 점을 고려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하나 ICT 또는 전자상거래기업의 해당 자산 비중이 50% 이상이면 허용한다' 항목을 시행령에 반영해달라는 내용을 법안 부대 의견에 넣을 예정입니다.

유 의원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면 향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부대의견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안 된다고 못 박았는데 이걸 깨면서까지 시행령을 바꾸는 건 어떤 정부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인터넷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가 되느냐 여부인데 지금 법문을 가지고는 전혀 그럴 일이 없다"며 "(합의안은) ICT 전문기업에 열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무위 관계자는 "합의안이 마련됐으니 다시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의결할 예정"이라며 "특례법은 2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인터넷전문은행법을 20일 처리하기로 큰 틀의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을 둘러싼 이견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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