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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도 수출" 박현주 뚝심 통했다…1천억 해외수익
입력 2018-09-17 17:51  | 수정 2018-09-17 20:05
"한국 경제가 언제까지 제조업으로 번 달러만 바라보고 살거냐. 금융을 수출산업으로 키워서 원화가 달러를 벌게 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나가야 한다. 거대한 시장이 밖에 있으니 우리가 나가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제조업도 처음에는 다 그렇게 컸다."(2016년 매일경제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 인터뷰 중)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이 틈만 나면 강조해오던 '금융수출론'이 결실을 맺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공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래에셋운용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운용의 12개 국외법인이 상반기에 벌어들인 수익은 총 1309억원으로 전년 동기(720억원) 대비 두 배가량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영업수익은 수수료 수익과 증권평가·처분 이익, 파생상품 관련 이익, 이자수익 등을 모두 포함한다. 반기 순이익도 25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억원 늘어났다. 이는 미래에셋운용이 2003년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외 진출을 선언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이 전 세계 36개국 글로벌 금융사를 통해 미래에셋 펀드를 팔아 번 돈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국외에서 펀드를 직접 판매해 돈을 버는 곳은 미래에셋운용이 유일하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국내 사업에서 손을 떼고 홍콩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직으로 남아 있다. 박 회장은 홍콩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니어도 현지에 나가서 현지 통화로 돈을 벌 수 있다"며 원화로 달러화를 벌어들이는 금융수출론을 설파해왔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외국인들 자금을 중개·운용해주면서 돈을 벌면 금융이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미래에셋운용이 최근 국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박 회장이 일찌감치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과 국외 현지법인의 자체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다.

미래에셋운용은 국외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 거물이다. 덕분에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홍콩, 콜롬비아, 미국 등 6개국에 상장시킨 글로벌 ETF 상품만도 300여 개, 순자산 규모는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ETF 리서치 업체 ETFGI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전 세계 ETF운용사 중 10위권으로 올라섰을 정도다. ETF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자 수익은 절로 따라왔다. 홍콩에 있는 미래에셋운용의 국외 ETF운용 법인(글로벌ETF홀딩스)이 올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수익만도 39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에 비해 수익이 4배나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새로 인수한 '글로벌X'도 331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전체 국외법인 수익의 절반을 ETF로 벌어들였다.
고속성장을 위해서 M&A만 내다봤던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운용은 느리지만 천천히 수익을 내는 현지법인 영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국내 투자자들의 국외 펀드 위탁운용만 한 게 아니라 현지에서 역량을 키워 현지 법인들을 상대로 미래에셋 펀드를 팔기 시작했다.가령 홍콩법인은 2008년 룩셈부르크에 역외펀드를 설정해 홍콩을 비롯한 국외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했고, 인도법인은 2006년에 독립운용사로 현지에 진출해 최근 수탁액 3조원을 돌파했다. 현지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를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노후 대비 펀드상품을 팔았다. 그렇게 해서 올 들어 국외 현지법인을 통해 13조원을 넘게 판매하면서 미래에셋운용의 전체 역외펀드 규모가 34조원을 넘어섰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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