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잘 하려면요? 아무래도 '관종(관심 종자의 줄임말, 관심 받길 좋아하는 사람이란 의미)' 끼가 있어야죠."
지난 13일 매경미디어그룹센터에서 만난 김아련 동아오츠카 대리(33)는 기업 SNS 담당자가 갖춰야 할 필수요소를 이 같이 꼽았다. 동아오츠카의 기업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포카리스웨트 페이스북, 오로나민C볼단 네이버카페 등 회사 SNS를 관리하며 식음료업계 최초로 제품 팬클럽을 만들고, 이색적인 졸업사진으로 화제가 된 의정부고와 관련해 성공적인 온라인 마케팅으로 화제의 인물로 올랐던 그다.
특히, 오로나민C 팬클럽 '오로나민C볼단'은 김 대리가 육아휴직 뒤 회사로 돌아온 첫 날 내놓은 마케팅으로, 오로나민C 특유의 감성을 좋아해 패러디했던 열혈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면서 소위 '대박'이 났다.
김 대리는 "서포터즈는 이미 진부한 마케팅 방식이라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육아휴직 전에 '씨볼단'을 운영했는데, 회사에 복귀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돌 팬덤 문화를 식음료 제품에 접목하면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씨볼단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인 드래곤볼과 수집력 강한 오타쿠 문화에서 착안한 마케팅이다. 오로나민C 출시 당시 패러디물 등 관련 콘텐츠를 SNS에 올린 80여명에게 '오로나민C'의 첫 글자인 '오'가 새겨진 볼을 주고 미션을 해결하면 다음 글자가 적힌 볼을 줘 수집욕을 자극했다. 최종 선물을 알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미션을 마친 총 4명에겐 오로나민C로 꽉 채워진 스메그 냉장고를 선물하면서 이색 온라인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김 대리는 "처음엔 SNS에 패러디물을 올린 사람들에게 오로나민C를 선물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패러디물을 확대, 재생산하려면 이 같은 방법이 더 효율적일 거라고 판단했다"며 "결과적으로 씨볼단 3기부터는 팬클럽으로 키워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 의정부고 졸업앨범 촬영에 당시 포카리스웨트 광고모델이었던 김소현 씨를 패러디한 학생 사진이 올라오자 김 대리는 직접 해당 학생에게 연락하는 대신, 학생을 찾는단 공지를 SNS에 올렸다. 이 공지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제보글이 폭주했고 김 대리는 해당 학생에게 포카리스웨트 선물 박스를 보냈다. 선물을 받은 학생이 소위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김 대리는 "덕분에 한 번 더 바이럴(viral, 네티즌이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방식)이 일어난 셈"이라며 "학생에게 선물을 바로 보냈으면 2차 바이럴에서 끝났겠지만, 학생을 찾는단 공지를 올리면서 3차 바이럴까지 가능했다"고 전했다.
기업 SNS 담당하는 김아련 동아오츠카 대리
김 대리는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다. 지난 2014년 동아오츠카 SNS 담당자로 온 이후 지금은 SNS팀이 생겼을 정도로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회사 내 입지 역시 높아졌다.그는 "광고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하는 것이고, SNS에 사람들이 몰리니까 기업이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뉴미디어 또는 온라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불리지만 앞으로는 대표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바뀔 걸로 본다. 이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SNS 관리자에 대해 "먼저, 개인 SNS를 잘 운영해야 한다. SNS에 맞는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SNS에서 사람들과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며 "중고등학교 때 반 카페를 만들면 꼭 카페지기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이 적성에 맞고 좋아했다. 24시간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하는 만큼 체질에 맞아야 한다. 제품과 브랜드가 주목받아야 하는 만큼 관심 받길 좋아하는 '관종' 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NS에서는 화제가 3일을 채 넘기지 않는 만큼 이틀 안에 관련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고, 온라인상에서의 악플이 기업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단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꿈꾼다면 이 일은 접어야 한다"며 "덕업일치(자신의 관심사와 업무가 같은 경우를 일컫는 신조어)를 지향하고, 이 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리의 페이스북 친구는 3000명을 넘는다. 개인 블로그 일 방문자 수도 만 명을 넘었다. 새로운 SNS 채널이 생기면 가입부터 할 정도로 SNS 활동을 즐긴다.
처음 SNS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리는 "나만의 콘텐츠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랑 어딜 와서 뭘 먹었단 식 보단 주제를 갖고 접근하는 게 좋다. 평소 관심사를 정해서 관련 콘텐츠를 올리면서 이와 관련한 짧은 정보나 지식도 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SNS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친구 신청을 해서 그들의 필체를 보고 배워야 한다. 일반 글과 SNS 글은 느낌이 다르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책을 보다가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면 작가의 SNS를 찾아본다. 또 그 작가가 팔로우 한 사람들의 계정을 타고 들어가 보기도 한다. SNS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에 호응하는지, 어떤 사회적 고민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워킹맘이 된 후 자유롭게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어렵고 인맥을 더 이상 늘리기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SNS는 이런 시공간의 장벽을 모두 없앴다"며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면 SNS 전문가가 되기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