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친구 추행 혐의' 기소된 60대, 피해자 진술 뒤집혀 결국 무죄
입력 2018-09-17 09:29  | 수정 2018-12-16 10:05
피해자의 진술을 결정적 증거로 삼아 유죄를 인정한 강제추행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해 이번에는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확실한 물증이 없는 사건이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 있느냐에 따라 유·무죄를 다르게 본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67세 S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어제(16일) 밝혔습니다.

S 씨는 지난해 10월 인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자신의 10대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A 양의 엉덩이를 손으로 한 차례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S 씨는 장애를 가진 딸이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자 하굣길에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양과 친구들은 S 씨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며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현장에 폐쇄회로(CC)TV 영상 등 물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A 양과 친구들의 진술은 S 씨가 기소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진술은 흔들렸습니다.

A 양은 "S 씨가 만진 것 같다"며 추측성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양 친구들도 수사기관에서의 주장과 달리 "잘 모르겠다. 우리끼리 그렇게 (목격했다고) 하기로 했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4월 1심은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S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판단 역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심은 A 양 등이 S 씨의 눈빛을 거론한 것에 대해 "A 양의 친구들이 지나가는 S 씨의 딸을 여러 번 불렀는데도 딸이 이를 무시했다"면서 "다른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딸의 이런 반응 때문에 쳐다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당초 목격자가 실제로는 엉덩이를 만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유죄의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 판결은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최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B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사건과 대비됩니다.

확실한 물증이 없는 사건이지만, 유죄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 발생한 B 씨의 사건 역시 피해자의 진술이 유력한 증거였습니다.

현장 CCTV가 있었지만, B씨가 피해자를 만졌다는 시점에는 동작을 가늠하기 어려운 영상만 남아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피해 내용과 B 씨의 언동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점을 들어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을 두고 B 씨의 부인이 이달 6일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리면서 나흘 만에 24만5천여명의 동의를 얻었고, 글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이들 간의 유·무죄 논쟁이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B 씨의 부인은 글을 통해 "동영상 보시면 알겠지만 다들 정장을 입는 격식 있는 자리였고 신랑보다 윗분들을 모시는 자리였기에 아주 조심스러웠다"며 "행사를 마무리 하고나서 신랑이 정리하기 위해 뒤돌아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옆에 있던 여자랑 부딪혔다. 그런데 그 여자가 본인 엉덩이를 만졌다며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결정적 물증이 없는 강제추행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개연성 있는지를 법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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