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한국유리가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향후 추가적인 공개매수나 정리매매 이상 급등 현상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한국유리는 전일 대비 1400원(1.61%) 내린 8만5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4일 5만6900원에서 불과 5거래일 만에 50.1%나 급등했다. 장중의 변동폭도 상당하다. 지난 6일에는 장중 23.41% 급등하다 0.41%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일에도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3.13%에서 27.31%까지 움직였고 전날에도 -5.74%~13.43%까지 널뛰기 장세를 펼쳤다.
거래량도 비정상적이다. 현재 이 회사 주식의 유통가능물량은 24만주 정도다. 그런데 지난 5일 하루 동안만 12만주가 거래됐다. 6일에는 17만주, 7일 23만주, 10일 20만주가 거래됐다. 거의 매일 주주 대부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 7월 30일 한국유리는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내놨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80.5%의 지분율을 갖고 있었다. 현재 규정상 상장폐지를 하려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5%를 넘으면 안 된다. 이에 따라 한국유리가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공개매수 형태로 매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30일까지 보통주 기준으로 197만주를 주당 5만4300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가 진행됐고 173만주가 공개매수에 응했다. 현재 이 회사의 소액주주 총 지분율은 2.37%까지 낮아져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시켰다. 즉 상장폐지가 눈 앞에 닥친 만큼 비상장회사로의 전환 우려 탓에 주가가 하락하는 게 정상적인 흐름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주가는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이와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한국유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했던 알보젠코리아의 경우다. 알보젠코리아는 주당 2만9000원에 115만주를 공개매수하려 했으나 실제 응모 주식수는 57만주에 그쳤다. 공개매수 결과 이 회사 대주주와 자사주의 합산 지분율은 92.22%로, 95%의 허들을 넘지 못해 상장폐지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 현재 이 회사 주식은 지난해 공개매수가 2만9000원보다 낮은 2만7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유리의 이상급등을 이른바 '알박기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유리의 대주주는 배당 수익 극대화를 위해 한국유리를 100%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크고 지난 공개매수로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더욱 낮아진 만큼 지금 주식을 사면 지난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주식을 회사에 되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이유로 회사의 내실이 멀쩡한 상태에서 자진상폐에 나서는 기업들은 정리매매 기간 동안에도 단기적으로는 급등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자진 상장폐지된 웨이포트의 공개매수가는 1650원이었다. 그런데 웨이포트 주가는 정리매매 첫날 5000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정리매매 마지막날 종가는 결국 공개매수가와 같은 1650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진 상폐 기업에 대한 폭탄 돌리기식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손절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비상장사의 주주가 되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주식은 양도세가 면제지만 비상장사가 된 상태에서 주식을 팔면 양도세가 11% 부과되는데 투자수익률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라면서 "환금성에도 큰 불편이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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