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가격 부풀리기? 채권시장 수상한 매수주문
입력 2018-09-06 17:40  | 수정 2018-09-06 22:57
◆ 레이더M ◆
채권시장에서 수상한 매수 주문이 발견됐다. 실제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는 채권 매수 주문이 발행 전부터 높은 가격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매수 주문 가운데 실제로 체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일각에서는 채권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우기 위한 주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가 지점에서 일반 고객에게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매수 주문을 냈다는 것이다.
6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채권 장외거래시스템의 한 대화방에서 지난달 29일 발행된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100억 단위 매수 주문이 지난달 23~30일 꾸준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채권의 발행 가격은 1만원으로 결정된다. 매수 주문이 나온 가격은 23일 1만30원에서 시작해 오후에는 1만35원으로, 발행 당일과 30일에는 1만50원까지 가격을 올려 주문을 냈다. 주문은 모두 같은 창구에서 나왔다.
채권시장에서 평가 차익을 노리는 거래는 국고채 위주로 이뤄진다. 거래량이 많아 비교적 정확한 시장가격으로 매매가 가능하고 신뢰도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회사채나 신종자본증권의 기관 간 거래는 국고채에 비해 많지 않다. 둘 다 보유 수익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금융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보유 목적으로 들고 있기는 더욱 힘들다. 지난 6월 발행된 농협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지금까지 증권사 간 거래 규모가 190억원에 불과했다. 신종자본증권 특성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변제 순위가 일반 선순위채에 비해 뒤로 밀린다. 이 때문에 보유하고 있을 때의 위험 수준이 높게 책정돼 금융사가 보유할 경우 회사 자산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자산의 비중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까지 1만50원 매수 주문이 이어졌으나 당일 1만4원에 거래가 일어난 것을 제외하면 증권사 간 거래는 한 차례도 없었다.

신종자본증권은 변제 순위가 밀리는 대신 금리가 높게 결정된다. 가령 지난달 29일 발행된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4.150%였지만, 6일 발행된 신한금융지주의 3년 만기 채권 금리는 2.190% 수준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기업의 채권을 보유하면서 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우량한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이 일반투자자에게 인기가 높다. 이번 매수 주문 역시 지점에서 수요가 많은 일반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시장에서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물량이 대부분"이라며 "매매 계약이 한 건도 체결되지 않고 가격만 오르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가격도 크게 올라 6일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1만2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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