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이집트 난민신청자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아시아의 친구들'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5일) 단식농성장 기자회견에서 어제(4일) 오후 19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아나스 아흐마드 샤하다(28)씨와 6일째 단식 중이던 무함마드 무나(30)씨가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과 함께 단식농성을 하는 자이드 아델라만(35)씨는 회견에서 "한국의 법이 정한 대로 난민 문제를 처리해달라는 게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며 "난민 혐오 움직임에도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아나스씨는 2년 전 아내와 함께,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무나씨는 1년 전 남편과 함께 입국했습니다. 자이드씨는 호스니 무라바크 정권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2016년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료진이 검진한 결과 농성자들의 건강상태가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은 채 냉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24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을 했지만 그 자리에서조차 이들의 요구사항을 해당 부처에 전달하겠다는 말만 반복했고, 해당 부처인 법무부는 여전히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난민혐오 선동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정부를 보면서 한국에 온 난민들은 충격과 절망에 빠졌다"며 "본국에 돌아가 죽든지, 여기서 죽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 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