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대졸초임 5천만원대…운용사 양질 일자리 창출
입력 2018-09-04 17:36  | 수정 2018-09-04 19:38
운용사 일자리 30% 증가
"부서마다 사람 뽑아달라고 아우성이에요. 말 그대로 일감은 늘어나는데 일할 사람은 부족한 거죠."
이번주 말 업계 최초로 단독 채용설명회를 계획 중인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의 일자리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대체투자·헤지펀드·초대형 투자은행(IB)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양한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경력직 채용도 모자라 신입 공채를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업계가 대표적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4대 금융업 협회의 경영공시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일자리가 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자산운용업(1856명)과 신탁업(408명)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신생 자산운용사가 지난 2년간 40개 이상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에는 지난 1년 새 자금이 10조원 이상 몰렸다. 이로써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전체 운용 자산 규모도 지난달 말 981조원에 이르렀다.
1분기 업계 전체 순이익은 171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85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업황이 좋아지면서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기준 대졸 초임은 약 5000만원대에서 시작된다.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백오피스 등 다양한 직군으로 나뉘어 있지만 능력에 따라 급여를 더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인 셈이다. 이는 은행이나 보험업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령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새로 생겨나면서 설립 초기에 각각 일자리를 218개, 266개 정도 만들었지만 은행권 전체로 보면 지난 한 해(상반기 기준) 동안 일자리가 1965개(-1.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투운용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기로 한 것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대형 금융지주사에 소속된 자산운용사라고 해도 전체 직원이 100~200명 남짓인 곳이 많아 그동안 운용사가 단독으로 채용설명회를 여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운용업 특성상 경력 직원이 타사에서 넘어오는 사례는 흔하지만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하지만 운용업계도 운용자산 종류와 업무가 다양해지다 보니 상경계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전공의 신규 채용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KB자산운용도 최근 대체투자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최고투자책임자(CIO) 외주 업무를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등 업계 전반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추세다. 조홍래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 성장과 함께 국민연금, 퇴직연금 시장 등도 커지면서 운용업계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다"며 "제조업처럼 대규모 신규 채용을 할 수는 없지만 매년 조금씩 좋은 사람을 뽑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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