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응급실 내 의료진 폭행 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응급실 내에서 의료인 등을 폭행·협박하고 의료 행위를 방해하는 범죄가 끊이질 않는 데에 따른 조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과 모여 병원 응급실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의료진 폭행 사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민 청장은 "응급실은 국민의 생명·신체를 다루는 중요한 공간이고 의료진들은 촌각을 다투며 역할을 수행하는 당사자"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찰은 ▲응급실 내 사건 발생시 상황 종료와 무관하게 가해자 피해자 격리 ▲경찰관 출동 이후에도 불법행위 이어질 경우 즉각 제압·체포 및 테이저건(전자충격기) 활용 ▲응급실 내 폭력사범에 대해선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준하는 무관용 원칙 등으로 대응한다. 특히 흉기 소지나 중대 피해가 발생하는 중요사건에 대해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할 방침이다. 이는 응급실 내 폭력사범 신속·엄정 수사, 사건 발생 방지를 위한 예방활동 강화, 사건 발생 시 현장 경찰관 및 의료진들의 신속·엄정 대응 메뉴얼 마련 등을 요구한 의료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민 청장은 "피의자를 엄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응급실 내 비상벨 등 보안시설 설치와 경비인력 배치 등 자체 보안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인천 미주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오전 11시 20분께 병원 응급실을 찾아온 A씨(48)가 간호사 B씨(27·여)를 협박하며 난동을 부린 혐의(응급의료법 위반)로 입건됐다. A씨는 이날 응급실에 들어온 뒤 근육주사를 놔달라며 행패를 부리다가 주사를 놔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17일 대전에서는 60대 남성이 응급실에서 소란을 피웠고 제지하는 보안요원을 폭행해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지난해에도 병원에서 상의를 벗는 등 난동을 부려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같은 응급실 내 폭행·협박 행위가 끊이질 않으면서 국회에서도 이런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응급실에서 폭력을 행사해 의사가 사망할 경우 '무기징역'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3년 152명에서 지난해 477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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