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왕표, 우리 곁을 떠난 마지막 프로레슬러
입력 2018-09-04 11:58  | 수정 2018-09-04 15:06
故 이왕표 2015년 프로레슬링 은퇴식 챔피언 벨트 반납 직전 모습.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이왕표가 4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2015년 은퇴 경기 취소 당시 건강 문제가 계속 이어진 결과다. 향년 64세.
현역 프로레슬러 겸 해설자 김남훈은 MK스포츠와의 통화에서 현재 업계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구름 위의 구름 같은 분”이라면서 지금 활동하는 모든 선수가 그분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기술을 배웠다고 보면 된다”라고 故 이왕표의 위상을 표현했다.
이왕표는 故 김일의 직계 제자로 유명하다. 사망 10년 전인 1996년 미국 레슬링 옵서버 뉴스레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김일은 국민훈장 석류장 및 국민체육훈장 맹호장이라는 대한민국 서훈 경력이 말해주듯 한국 프로레슬링의 영원한 대부로 통한다. 스승과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이왕표 역시 신일본프로레슬링(NJPW) 활동 당시 미국 최고 스타 헐크 호건과도 대결하는 등 한국인으로 국제적인 위상을 지닌 마지막 프로레슬러로 추억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는 이왕표가 생전 링에서 겨뤘던 면면만 봐도 익히 알 수 있다. 헐크 호건 외에도 존 브래드쇼 레이필드(대결 당시 링네임 ‘빅 쟈니 호크)와 부커 T 등 현재 세계 유일의 프로레슬링 메이저 단체로 여겨지는 WWE 챔피언 경력자만 3명을 상대했다.
일본 프로레슬링계는 ‘프라이드로 대표되는 종합격투기 대중화에도 큰 공헌을 했다. 이왕표 역시 이러한 경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8년 K-1/프라이드 슈퍼스타 밥 샙(미국)과 54세였던 이왕표의 대결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에서 큰 화제였다.

밥 샙-이왕표를 프로레슬링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각본이 있는 종합격투기 경기로 봐야 할지는 아직도 논란이지만 엔터테이너로서 이왕표의 판을 짜는 기획력과 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역량의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이왕표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다. 2013년 담낭암 수술 당시에도 사망을 각오하고 시술을 받을 정도로 병세가 심상치 않았다.
이왕표는 담낭암 수술 후 2015년까지 지상파 방송 출연과 새로운 사업 시작, 프로레슬링 공식 은퇴식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 경기를 고향에서 하겠다는 강한 의지에도 2015년 은퇴전은 취소됐을 정도로 이미 이왕표의 육체는 쇠약해져 있었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