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2018 신규 프로그램 '디어 시네마'의 4번째 프로그램 '디어 시네마 4'를 9월 5일(수)부터 10월 6일(토)까지 MMCA 서울, 필름앤비디오 영화관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디어 시네마'는 영화 상영과 함께 아티스트 토크와 강연을 열어 영화의 형식과 구조 그리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연중 기획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중국의 다큐멘터리 작가 '저우 타오'를 시작으로 '앤 샬롯 로버트슨'과 '권병준', '임민욱'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이번에 개최되는 '디어 시네마 4: 백종관, 김아영, 엘리 허경란, 손광주, 오톨리스 그룹'은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매체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여러 실험적 무빙이미지 작업을 해오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소개된다. 리서치 자료, 푸티지(footage) 필름, 연극적 요소, 퍼포먼스, 사진 이미지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다섯 작가들의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작품들을 매주 접할 수 있다.
백종관의 '순환하는 밤'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한 사진 이미지를 탐색하며 인용문과 이미지 사이에 일어나는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작가가 오랜 시간 녹음한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 소리들로 구성한 '이빨, 다리, 깃발, 폭탄'에서는 형태는 다르지만 언어의 뉘앙스를 통해 지나간 시기의 사건들을 상상하게 한다. 그의 최근작 '#cloud'와 '추방자들'은 공적이거나 사적인 기록물을 통해 구체적 역사의 기억을 환기하기보다는 관찰자가 마주한 상황의 현재성에 집중하게 하며, 꾸준한 관찰의 과정에서 우연히 포착되는 이야기들과 미세하게 변화하는 공간을 응시하게 한다.
김아영은 근대 산업문명의 중요한 자원인 석유에서 추출된 유기물인 역청, 19세기 말 영국군의 거문도 점령사건, 부산 경마공원의 여기수 박진희의 애마 북극성처럼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 지정학적 관계, 물질, 기록을 끄집어내면서 주변부의 정보와 텍스트를 인용한다. 배우들을 통해 극적으로 재현되는 인용문들, 반복적인 음악의 사용, 푸티지 화면 등이 혼종 양식의 건축처럼 집대성된다. 특히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은 보이스 퍼포먼스를 포함한 사운드 작품으로, 이번 '디어 시네마 4' 상영을 위해 MMCA필름앤비디오의 음향 시스템에 맞춰 다시 믹싱되었다. 7.1채널로 만나게 될 이 작품은 사운드와 함께 퍼포먼스에 대한 기록, 석유자원을 둘러싼 다층적 이야기의 흔적들을 담은 영상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손광주는 공적 역사에 대한 기록과 사적 기억을 교차시키며 언어와 이미지 간 상호 간섭,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이미지의 변형, 리듬 그리고 속도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논문을 써내야 하는 한 연구원의 강박증을 비유적으로 재현한 '리서치'와 같은 픽션, 2006년 미국 체류 시기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파편의 경치', 'Amusement Epitome', '요요기 공원' 그리고 우연한 풍경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Apparition'과 같은 싱글채널 작품들과 2채널 영상작품인 '모순론' 사이에는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시간을 뛰어넘어 푸티지 필름 또는 주관적 시점의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추상적 이미지의 운동성으로 비약하는 일관된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엘리 허경란은 밥을 먹는 행위처럼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에 주목한다. 쓰레기통 속에 있는 작은 곤충이나 흐르는 물 위로 떨어진 파리나 벌의 움직임 등에 우리의 시선이 머물게 만든다. '줄넘기', '말하자면', '돌리다'와 같은 짧은 단편들은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는 행성의 풍경일 수도 있고 무심히 지나친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 일수도 있다. '행성'은 그런 점에서 미시적 관점이 전체로 환원되는 통로를 보여준다. '해녀', '섬', '밥 먹었어요'와 같은 10분 이상의 작품들은 관찰자에게는 특별한 장소처럼 비치나 공허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의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의 움직임을 응시한다. 엘리 허경란의 작품들은 바라본다는 행위가 미덕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오톨리스 그룹은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 필름의 범위를 확장한다. 최근작 '세 번째 마디의 세 번째 부분'은 전투적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 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보컬리스트였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줄리어스 이스트먼의 텍스트를 낭송하는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다. 이 작품에서 강렬하고 끈질긴 두드림으로 언어와 음악의 힘은 결합하고, 연주와 낭송의 퍼포먼스는 곧 정치적 담론을 내포한 언어와 사운드 간의 대화가 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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