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흥민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안 되고?'…빗발치는 병역특례 개선 요구
입력 2018-09-03 14:00  | 수정 2018-09-10 14:05

2018 아시안게임서 남자 축구·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특례 혜택을 거머쥔 가운데, 해당 특례 제도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특히 야구대표 선수 중 일부가 병역을 미룬 끝에 대표팀에 선발됐다며 자격 논란도 일고 있으며, 예술·체육인에만 혜택을 주는 작금의 병역특례 제도는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대표팀 중 병역특례 혜택자는 42명입니다. 이 가운데 축구는 손흥민을 포함해 20명, 야구는 오지환을 비롯한 9명입니다. 두 종목의 혜택자가 절반을 넘는 셈입니다.

이들은 차후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고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34개월을 종사하면 됩니다. 이 기간 544시간의 특기 봉사활동도 마쳐야 합니다. 다만, 국외 활동선수는 그 절반 봉사 시간만 채우면 됩니다.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병역 문제는 기량과 수입으로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아울러 해당 선수들이 국내 또는 국외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하면 국위 선양에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병역의무 형평성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있어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병역특례 대상을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1위 정상을 차지하면서 K팝 역사를 새로 쓴 그룹 방탄소년단도 국외 선양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특례혜택 대상이라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천문학적 경제 효과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로 꼽힌 성과도 국제 스포츠대회 금메달 못지않다는 것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맏형인 진(김석진)은 손흥민과 동갑인 1992년생입니다.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 의원은 "방탄소년단 군 면제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우리나라 복무제도는 현역병과 상근예비역, 전환복무(현역),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승선근무예비역 등으로 나뉘며 예술·체육요원 특례는 1973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병역 특례자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449명입니다. 병역 특례 제도는 국위 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 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 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가 대상입니다.

체육요원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단체 종목의 경우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가 병역특례 혜택을 받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병역특례 혜택에 대한 찬반 여론도 팽팽한 상황입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2일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운동선수 병역특례 범위 확대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 포인트)를 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47.6%, '반대한다'는 답은 43.9%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병무청은 병역특례 개선 여론이 빗발치자 전면 개선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오늘(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며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병역특례 제도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개진되고 있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병역 혜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마일리지와 같은 방식으로 성적을 적립하는 대안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추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이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1회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주기보다는 국제대회 성적을 점수화(마일리지)해 병역특례를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청원자는 "일시적으로 한번 뛰어준 선수보다는 꾸준히 뛰어 이바지한 선수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며 "비록 1등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뛰어 일정한 점수가 될 때 혜택을 주는 것이 그간의 일시적 한탕주의도 없애고 열심히 하는 많은 선수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병무청은 병역특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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