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POP] `프랜차이즈 아이돌`까지…SM의 새로운 도전
입력 2018-08-31 17:08  | 수정 2018-08-31 20:46
◆ 키워드 K팝 / ① SM엔터테인먼트 ◆
한국에 아이돌 그룹 개념을 정착시킨 기업이 SM엔터테인먼트라는 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 보이그룹 멤버 구성의 원조 격인 H.O.T.를 제작한 곳도 SM이고, 1세대 걸그룹 대표주자 S.E.S.를 배출한 곳도 SM이다. 이후 기획 단계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동방신기, 국내 최초 10인조 이상 대형 보이그룹 슈퍼주니어 등을 선보이며 아이돌 개념을 매번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 "SM이 제작하면 그게 곧 아이돌 트렌드"라는 속설은 이렇게 나왔다. 하지만 2018년 SM은 과거의 헤게모니를 일정 부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북미 시장을 방탄소년단, 갓세븐, 몬스타엑스 등 비SM 아이돌이 성공적으로 뚫었을 뿐 아니라 비주류 엔터테인먼트사 걸·보이그룹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 잘 활용하면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다. 아울러 JYP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2일 시가총액 1조원 기업에 진입한 뒤 29일 1위로 올라선 데다가 방탄소년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상장 후 시총 1조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SM이 지녔던 독보적 지위는 흔들리게 됐다. 그렇다고 한들 현 아이돌 트렌드를 그저 추종하는 건 SM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터. 매일경제는 '프랜차이즈'와 '아바타'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이돌계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려는 SM의 전략을 집중 분석해봤다.
프랜차이즈형 아이돌, NCT의 탄생
'SM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살펴봐야 할 팀은 NCT다. 이 팀은 NCT라는 브랜드 아래 NCT드림, NCT유, NCT127 등 세부 그룹으로 나뉜다. 아이돌 그룹이 내부에 유닛 단위 팀을 두는 건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NCT는 그 개념이 다르다. 각 팀은 NCT라는 브랜드를 공유할 뿐 연합 활동이 주가 아니다. 한국 팀이 NCT127이라는 서울 경도(127도)에 기반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면 향후 베트남 팀은 NCT105(하노이 경도), 대만 팀은 NCT121(타이베이시 경도) 등으로 분화 가능한 것이다.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각 지역 분점을 내는 프랜차이즈형 아이돌을 표방한다고 볼 수 있다. 개별 아티스트의 사건사고, 입대, 인기 하락 등에 크게 영향받았던 과거 아이돌 매니지먼트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퀄리티로 만날 수 있는 아이돌 브랜드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SM 수장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를 '인터내셔널 뮤직 리더'에 선정하며 NCT에 대해 "K팝의 미학을 현지화하려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하기도 했다.
엑소 수호 아바타와 집에서 노는 시대 올까
SM의 아이돌 개념 혁신은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이 프로듀서는 각종 공식행사에서 "미래에는 인공지능(AI) 연예인 로봇을 집에 두고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세계 각지에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탄생시킨 연예인을 AI와 아바타로 만들어 각 가정에 보급하겠다는 구상이다. SM은 지난해 SKT와 대규모 상호 출자를 통해 지분을 섞었으며, 미국 기업과 합작사 'AI스타스'를 설립하며 아바타 연예인 시대를 위한 초석을 닦기도 했다.
올해 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MWC 2018)'에는 SKT가 홀로그램 기술을 기초로 SM 걸그룹 레드벨벳 웬디의 아바타를 공개했다. '홀로박스'로 명명된 증강현실(AR) 기기 속 웬디 캐릭터는 귀 기울이는 시늉을 하며 이용자의 말을 경청한 후 웬디 목소리로 이용자에게 대답을 해줘 참관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AI 연예인이 허무맹랑한 구상이 아님을 입증해보인 셈이다.
K팝 4.0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SM이 K팝 4.0을 개척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내수 시장만을 겨냥했던 K팝을 1.0, 보아·동방신기 등 소수 인기 팀이 아시아 위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했던 K팝을 2.0, 방탄소년단·엑소 등 대다수 K팝 그룹이 전 세계를 타기팅하는 현재를 3.0으로 정의했을 때, 한국 외 지역 기반 K팝 그룹이 세계로 향하는 4.0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만약 SM이 K팝 4.0 시대를 여는 데 성공한다면 NCT127과 NCT브라질이 빌보드 차트 1위를 놓고 다투는 모습까지 보게 될지 모른다. 이를 넘어 AI 아이돌까지 만들어낸다면 아프리카 가나 가정에서 K팝 아이돌 아바타를 주문해 집에서 놀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SM의 아이돌 혁신이 아직 낯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데뷔 초기부터 팬덤을 빠르게 끌어모았던 선배 그룹들과 달리 NCT가 음원 차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프랜차이즈는 결국 본점이 성공해야 분점으로 브랜드 파워가 확산된다"며 "일단 NCT에서 중심이 되는 팀을 키운 후 그 영향력을 파생 팀으로 넓혀가는 게 순서적으로 맞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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