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대만전 패배…한국 야구 ‘거품’만 재확인했다
입력 2018-08-27 08:53  | 수정 2018-08-27 14:30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조별예선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한국이 2-1로 패했다. 경기가 끝나고 손아섭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패배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는다.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대만전 패배는 단순히 한 경기를 진 것 이상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다.
한국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B조 예선라운드 1차전에서 1-2로 패했다. 1회 선발 양현종이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기선 싸움에서 밀렸고, 상대 선발 투수 우셩펑(합작금고)에 4회말 김재환이 솔로홈런을 뽑아냈지만, 투수 공략은 그게 전부였다.
결정적인 장면은 6회 마운드애 올라온 두 번째 투수 왕종하오(대만전력)에 3이닝 무실점으로 끌려다닌 것이었다. 9회말 왕종하오를 상대로 1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마무리로 나선 왕저아하오(합작금고)에 손아섭이 삼진, 황재균이 우익수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빈공에 시달린 한국 야구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 야구의 거품만 확인하는 경기였다. 한국은 프로 최정예 선수로 구성했다. 관행처럼 이어오던 대학 선수 쿼터 1명도 없앴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최정예 선수로 나가야 한다”며 원칙 파기의 변을 댔다. 반면 한국에 첫 패배를 안긴 대만은 24명의 엔트리 중 프로선수(CPBL) 소속 선수가 7명일 뿐 나머지는 실업리그 소속이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실업야구격인 사회인리그 선수들로만 구성해 출전시킨다.
한국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미필 선수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어 금메달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 A급 선수로 구성해왔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A급 선수들을 내고, 실업 선수 주축의 대만에 패했기에 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 야구의 거품은 지난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부터 걷히고 있었다. 당시 안방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한국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구성된 네덜란드와 다소 만만하게 여겼던 이스라엘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는 등 1승2패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전 두 경기에서 19이닝 동안 단 1점에 그치는 빈공에 빈축을 샀다. 최종전이었던 대만전에서 11점을 내긴 했지만, 한국 야구의 거품이 걷혔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한국 야구는 분명 양적 팽창을 했다. 2015년부터는 프로 구단이 10개로 늘었다. 야구 인프라도 좋아졌다. 광주와 대구가 신축구장이 생겼고, 창원은 내년부터 신축구장이 생긴다. 포항과 울산 등 새로운 제2구장도 생겼다. 2015년 말에는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개장했다. 프로야구 한 시즌 총 관중수도 900만을 넘어 1000만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발전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로야구는 최근 수년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이유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쓸 만한 투수가 없다는 얘기 많다. 양적 팽창에 젊은 투수들 육성을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다는 의견도 있다. KBO리그에서 맹타를 휘두르던 타자들이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꽉찬 몸쪽 직구를 멀뚱히 바라보다 루킹 삼진을 당하는 장면은 이를 입증하는 듯하다.
아직 아시안게임 경기는 남아있고, 금메달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만전 패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거품이 걷힌 한국 야구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했다는 것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