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시장 발언 집값 잠재우기에 역부족…강북개발 미루면 도시경쟁력만 상실"

◆ 박원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불붙은 서울 집값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집값 급등의 원인인 공급 문제 해소 없이 서울의 국제도시로서 경쟁력을 좌우할 강북 개발을 기약 없이 미뤘다가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연기돼도 집값 상승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통개발' 발언이 서울 집값을 자극하긴 했지만 가격 급등의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강북의 새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점을 봐도 '새집' 수요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며 "모두 공급 확대를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용산·여의도 개발 중단은 반대 의미라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지금 서울 부동산시장은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라며 "박 시장의 발언이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분위기 전환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기존 개발 호재가 살아 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용산·여의도 등 해당 지역은 타격을 받겠지만 서울 부동산 전체로 보면 나머지 개발계획이 수요자들의 기대감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GTX 개발이나 신분당선 연장 등도 결국 서울 부동산시장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며 "박 시장도 경전철·모노레일 투자 등 기본적인 서울 개발계획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값 급등 우려 때문에 용산·여의도 개발이 무기한 연기되면 서울 도시 경쟁력 차원에선 '잃는 것'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함영진 직방 부동산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려면 난개발 방지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개발 추진이 필요하다"며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은 장기적인 방향에선 오히려 맞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박원갑 위원도 "용산이나 여의도는 서울 균형개발이나 도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꼭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집값 잡기' 논란에 또 강북 지역만 희생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박 시장의 발언에 용산과 여의도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10~20년 걸릴 개발계획을 단기간에 끝낼 것처럼 얘기해 가격을 끌어올려 놓고 '갑자기' 연기시켜 해당 부동산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용산구 이촌동에 거주 중인 주민 A씨는 "용산 개발을 먼저 입에 올린 건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며 "우리가 '집값 급등의 주범'인 것처럼 규정하고 개발계획을 중단시키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주민 B씨도 "여의도는 한 번도 '통합개발'을 원한 적이 없었는데 지자체서 맘대로 통합개발을 한다고 했다"며 "그랬다가 집값이 오른다고 개발 자체를 연기하니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의도 일부 주민 사이에선 '통합개발'이 연기된 김에 원래 계획 중이던 '개별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