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윤종규의 꿈` 뉴욕·홍콩·런던 CIB 삼각편대
입력 2018-08-26 17:06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 투자금융(IB) 유닛을 신설한다. 국내 인프라 금융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행보다.
26일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파견 인력 등이 결정되면 9월 중순께 뉴욕 IB 유닛이 실질적인 영업을 개시한다"며 "전문성을 갖춘 영업 전문인력 3명을 우선 배치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심사인력 등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설된 뉴욕 IB 유닛은 KB국민은행 뉴욕법인·지점을 토대로 현지 우량 딜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M&A) 주선 업무 등으로 범위를 넓혀 모든 IB 부문 딜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 IB 부문은 앞서 지난해 진출한 중국 홍콩과 향후 진출할 영국 런던까지 합쳐 홍콩·뉴욕·런던을 기업투자금융(CIB) 3대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런던 IB 유닛은 뉴욕 운영 상황을 검토한 후 이르면 올해 안에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구상은 중·장기적인 CIB 미래가 글로벌에 있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내 CIB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나 항공기 구매·운용 관련 자금 조달 같은 딜을 발굴해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회장은 KB금융 외국 진출이 타 금융지주에 비해 한발 늦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1월과 올해 5월에는 국민은행 홍콩 현지법인과 런던 현지법인을 각각 지점으로 전환했다. 현지법인은 동일인 여신 한도 등 제한이 있어 자금 차입에 제약을 받았던 반면 지점은 현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여신 한도도 커져 CIB 영업에 한층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홍콩지점은 법인에서 전환한 뒤인 지난해 총자산이 12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41% 증가해 680만달러를 기록했다.
KB금융은 2016년 타 금융지주사보다 한발 앞서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CIB 업무를 한데 모았다. KB금융 IB부문 총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22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006억원보다 13.2% 늘어 전체 그룹 수익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거래로는 먼저 올해 2월 미국 사모펀드 KKR와 LS그룹 사이에서 7180억원 규모 영업 양수도 거래를 주선한 건이 손에 꼽힌다. 자동차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LS오토모티브와 LS엠트론의 동박·박막 사업부를 동시에 넘기는 이례적 형태 거래였는데도 금융 구조를 창의적으로 설계해 성공적으로 자금조달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 매각이 완료된 서울 여의도 SK증권 빌딩도 KB금융 손에 돌아간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이 딜은 발굴에서부터 완료 시까지 은행·손해보험·자산운용 등 각 계열사 간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진 사례"라며 "자산 투자와 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장기 수입원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서울 동자동 KDB생명타워도 지난 7월 KB금융이 인수 거래를 마쳤는데, KB 계열사가 중심이 돼 공동 투자한 블라인드 펀드(투자할 자산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자금을 모아둔 형태)를 활용해 투자를 이끌어냈다. 하반기에도 신재생에너지 등 '대어'를 낚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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