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점 받으려 호적도 바꾼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정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 데, 대표적인 게 공무원 시험 가산점입니다.
그런데 가산점을 받기 위해 자녀가 없는 국가 유공자의 양자로 들어간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그 실태를 안형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2003년부터 3년간 공무원 시험에서 가점을 받아 합격한 국가 유공자 양자 네 명의 명단입니다.

이들은 자녀가 없는 국가 유공자의 양자로 들어가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주는 가산점 10점을 받아 합격한 사람들입니다.

모두 친인척의 양자로 입적한 경우로, 아무런 연고가 없는 국가 유공자의 양자로 들어가 가산점 혜택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네명 중 한 명은 친척이 죽기 고작 6개월 전에 양자로 입적했습니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급히 양자가 됐다는 의혹을 살 수 있지만 당사자는 가족간 재산 배분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A씨 / 9급 시험 합격자
-"재산 때문에 말이 많았어요. 저만 들어가면 관계없는데 다른 애랑 같이…예전부터 하자고 그러셨어요. 그런데 본인이 계속 입원중이어서 늦게 했어요."

또 다른 한 명은 공무원 시험 합격 이후에 국가 유공자 양자를 포기했습니다.

☎인터뷰 : B씨 / 9급 합격자
-"결혼 앞두고서 어른들끼리 말씀하신 것 같더라고요. 결혼하면 호적을 옮기게 되니깐…결혼하기 전에는 원래 부모님 앞으로 했다가…"

이유야 어찌됐든 가산점 혜택은 누리고 양자의 의무는 하지 않은 셈입니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양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 이춘형/ 공무원 시험 합격자
-"일단은 합격시키고 그 다음 서류절차를 강화한다든지, 만약에 양자를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포기를 한다면 제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관할 관청인 국가 보훈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 정하태 / 국가보훈처 생활안전과장"
-(악용했다는 게) 확인이 되면 당연히 거기에 대해서는 취업을 취소해야 겠죠. 문제는 악용을 했다 안했다를 우리가 독단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또 양자와 친자를 구분해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가점 합격자 중 양자를 파악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실제로 네 명 중 세명은 국가 보훈처가 2005년 8월에 긴급 실태 조사할 때는 확인되지 않았다가 두달 후에 재조사를 하고 나서야 양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헌법 재판소의 판결로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주어지는 가산점은 10점에서 5점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위력은 여전합니다.

안형영 / 기자
-"올해 서울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72대 1. 공무원 시험의 열기가 식지 않는 한 가산점 제도가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보완이 시급합니다. mbn뉴스 안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