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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자카르타] ‘영원한 1등 없다’ 女양궁 결승 불발이 남긴 의미
입력 2018-08-24 06:01  | 수정 2018-08-24 11:14
2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양궁 여자 리커브 개인전에 출전한 한국의 강채영. 사진(인도네시아 자카타)=ⓒ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성이 무너졌다.
1978 방콕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 이후 한국 여자 양궁 선수가 개인전 결승전에서 사라졌다. 대회 최고의 이변으로 꼽힐 만한 일이 일어났다.
한국 여자 양궁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개인전에 출전한 장혜진(32·LH)과 강채영(22·경희대)이 8강과 4강에서 차례로 탈락했다.
2016 리우올림픽 2관왕이자 세계양궁연맹(WA) 세계랭킹 1위인 장혜진은 8강에서 인도네시아의 다이난다 코이루니사에 세트승점 3-7(25-28 28-25 22-25 27-27 28-29)로 패했다. 이어 벌어진 준결승에서는 강채영이 중국의 장신옌에 4-6(29-29 27-27 27-28 28-26 25-29)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둘 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2 부산 대회가 지난 2014년 인천대회까지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대회지만, 1978년 방콕대회 이후 한국 여자 양궁 선수가 결승전에서 처음 사라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다. 특히 여자 양궁은 절대적인 최강자다. 올림픽에서도 1984년 LA대회 이후 최강자의 지위를 놓지 않고 있다. LA올림픽 여자 개인전 금메달(서향순) 이후 2004 아테네올림픽까지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은 모두 한국 선수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비록 중국에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에 그치긴 했지만, 이후 2012 런던대회부터 다시 개인전 금메달은 한국 선수가 차지하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단체전에서도 여자 양궁은 2016 리우 대회까지 8연패를 이어오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종합대회 여자 양궁의 최정상은 영원히 한국 차지일 것만 같았다. 이는 한국의 두터운 선수층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역대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놓지 않으면서 2연패를 거둔 선수가 없다는 게 여자 양궁의 강점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대표 선발에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2012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는 순위가 밀렸다.
2016 리우 2관왕 장혜진. 사진=ⓒAFPBBNews = News1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양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한국 양궁선수들도 사람이다. 정상을 지키기 위해,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체육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지키는 게 어렵다”이다. 한국 양궁, 특히 여자 양궁은 정상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1등을 꼭 해야 한다는 목표가 강박관념처럼 돼 있었다.
이변이 일어났다고, 당연히 딸 것 같은 금메달을 못 땄다고,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자책할 일도 아니고, 질책을 받을 일도 아니다. 40년 간 정상 언저리를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쩌면 당연했던 짐을 놓은 것일 수 있다. 다시 노력해서 정상을 되찾아오면 된다. 최선을 다한,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정상을 지켜온 여궁사들에게 지속적인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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