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이런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한 것도 감사한데 만족스럽게 잘 나와서 행복해요. 촬영 내내 우리 모두 참 고통스럽고 좌절도 많이 했는데…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단 걸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은 별로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요.”
이성민(50)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통해 새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기존에 해왔던 연기 면에서나, 북한 고위층 캐릭터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도. 결과는 성공적이다. 그러기까지 각고의 고통이 있었다.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단다.
‘공작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편안해 보였다. 극한의 시간을 보낸 뒤 관객과의 만남만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보람된다고 했다.
흑금성 사건을 소재삼은 영화는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된 대북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이성민은 극 중 북한 최고위층 인물인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았다.
그는 (어떤 의미로든)기존에 해왔던 것과는 다른 걸 해보려고 노력했다. 생각대로 마음처럼 되질 않아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배우들을 비롯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결국 완주했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 말이 쉬워 ‘구강 액션이지 정말 힘들었다. 극도의 긴장감을 끝없이 유지해야 하는 긴긴 심리전이 정말이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기존의 북한 사람 캐릭터보다는 ‘사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선입견들을 좀 없애고 싶었죠. 외모는 최대한 실제 북한 사람에 가깝게, 하지만 내면은 무엇보다 조국(북한)을 사랑하고 주민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것을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북한 역시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극 중 ‘당신은 당신의 나라를 위해서, 나는 나의 나라를 위해서는 말이 ‘리명운을 대변하듯이.
리명운은 김정일을 돕긴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을 아끼고 사랑해요. 그만을 위해서 일한다고만 느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인물을 연기해서 그런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회담 당시에도 북한 수행원들을 보며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어요. 마치 제가 북한에 몇 번 다녀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고요.(웃음)”
캐릭터도 그렇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예민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기도 했던 바, 더군다나 영화는 영화계 블랙리스트 압박이 가장 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제작됐다.
우려되거나 부담이 되진 않았나”라고 물으니, (주변의 우려는 컸지만) 정작 나는 그런 게 별로 없었다. 솔직하게 전혀 부담이 안 됐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가 한 건 연기잖아요. 오히려 시나리오 전달 받을 당시 ‘공작 내용과 캐릭터에 대해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대외비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 했어요. 관객들의 수준도 워낙 높아졌고요. 시나리오를 전달 받을 때 묘하게 가지는 그러한 텐션이 오히려 이상했죠.(웃음)”
오히려 소재의 특성상 관객들이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멀리할까봐, 그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그는 너무 묵직하고 진지하게만 생각하고, 다소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알고 보면 사회 고발뿐만 아니라 따뜻한 메시지와 소소한 웃음거리 등 즐길거리가 꽤 많다. 미리 색안경을 끼지 말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늘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유독 나의 어린 시절을, 배우로서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참 많았어요. 칸에서 처음 봤을 땐 사실 제 분량밖에 못 봤는데…볼수록 다른 배우들의 연기, 전체가 보이더라고요. 우리 동료들이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놀랍고 또 놀라웠죠. 스스로를 더 돌아보게 됐고, 우리들의 고통의 산물이 그래도 잘 나온 것 같아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참 좋은 작품을 만났네요.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공작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현지에서 찬사를 받았다. 이성민이 황정민 조진웅 주지훈 등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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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한 것도 감사한데 만족스럽게 잘 나와서 행복해요. 촬영 내내 우리 모두 참 고통스럽고 좌절도 많이 했는데…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단 걸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은 별로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요.”
이성민(50)은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을 통해 새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기존에 해왔던 연기 면에서나, 북한 고위층 캐릭터에 대한 시선에 대해서도. 결과는 성공적이다. 그러기까지 각고의 고통이 있었다. ‘배우를 그만둬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단다.
‘공작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편안해 보였다. 극한의 시간을 보낸 뒤 관객과의 만남만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보람된다고 했다.
흑금성 사건을 소재삼은 영화는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된 대북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이성민은 극 중 북한 최고위층 인물인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았다.
그는 (어떤 의미로든)기존에 해왔던 것과는 다른 걸 해보려고 노력했다. 생각대로 마음처럼 되질 않아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배우들을 비롯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결국 완주했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면서 말이 쉬워 ‘구강 액션이지 정말 힘들었다. 극도의 긴장감을 끝없이 유지해야 하는 긴긴 심리전이 정말이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성민은 `공작`을 통해 한계를 겪었고, 이를 동료 배우들과 함께 극복했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내가 꼭 하고 싶었던 게, 준비해온 게 분명 있는데 그게 잘 안 나오더라. 당황스러울 정도로. 스스로 ‘이것밖에 안 되나 ‘그만 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그는 ‘아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하게 해왔다는 각성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조)진웅이도, (황)정민이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이라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기존의 북한 사람 캐릭터보다는 ‘사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선입견들을 좀 없애고 싶었죠. 외모는 최대한 실제 북한 사람에 가깝게, 하지만 내면은 무엇보다 조국(북한)을 사랑하고 주민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것을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북한 역시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극 중 ‘당신은 당신의 나라를 위해서, 나는 나의 나라를 위해서는 말이 ‘리명운을 대변하듯이.
리명운은 김정일을 돕긴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을 아끼고 사랑해요. 그만을 위해서 일한다고만 느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인물을 연기해서 그런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회담 당시에도 북한 수행원들을 보며 감정 이입이 되기도 했어요. 마치 제가 북한에 몇 번 다녀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고요.(웃음)”
캐릭터도 그렇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예민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기도 했던 바, 더군다나 영화는 영화계 블랙리스트 압박이 가장 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당시 제작됐다.
우려되거나 부담이 되진 않았나”라고 물으니, (주변의 우려는 컸지만) 정작 나는 그런 게 별로 없었다. 솔직하게 전혀 부담이 안 됐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가 한 건 연기잖아요. 오히려 시나리오 전달 받을 당시 ‘공작 내용과 캐릭터에 대해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대외비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 했어요. 관객들의 수준도 워낙 높아졌고요. 시나리오를 전달 받을 때 묘하게 가지는 그러한 텐션이 오히려 이상했죠.(웃음)”
한마음 한뜻으로 어려운 여정을 완주한데 대해 뿌듯해 한 이성민.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그는 80~90년대 연극 활동 당시를 잠시 떠올리며 내용을 동사무소에 가서 검열을 받고 그들의 허락을 도장으로 받아야만 무대에 올릴 수 있던 시대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공작을 만들 땐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이들의 용기가 필요했던 게 사실이고, 주변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가 크긴 했지만 나는 이상하리만큼 없었다”고 했다.오히려 소재의 특성상 관객들이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멀리할까봐, 그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그는 너무 묵직하고 진지하게만 생각하고, 다소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알고 보면 사회 고발뿐만 아니라 따뜻한 메시지와 소소한 웃음거리 등 즐길거리가 꽤 많다. 미리 색안경을 끼지 말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늘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유독 나의 어린 시절을, 배우로서의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참 많았어요. 칸에서 처음 봤을 땐 사실 제 분량밖에 못 봤는데…볼수록 다른 배우들의 연기, 전체가 보이더라고요. 우리 동료들이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놀랍고 또 놀라웠죠. 스스로를 더 돌아보게 됐고, 우리들의 고통의 산물이 그래도 잘 나온 것 같아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참 좋은 작품을 만났네요.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공작은 지난 5월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현지에서 찬사를 받았다. 이성민이 황정민 조진웅 주지훈 등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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