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자아이도 영웅 될 수 있어" 외친 만화영화가 반가운 이유
입력 2018-08-13 11:10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영화에서 획일화된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들에게 성 고정관념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화영화 업계가 여자 주인공을 영웅으로 내세운 작품을 잇따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성은 영웅, 여성은 약자'라는 기존의 왜곡된 성역할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방송돼 일본 여자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허긋토! 프리큐어'의 새 에피소드는 기존의 성역할과는 사뭇 다른 전개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소녀 중 한 명은 '여자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주제를 담은 패션쇼를 준비하지만 소녀의 오빠는 "영웅은 남자를 위한 말"이라고 비난한다. 그런 오빠가 악당에게 잡혀가자 여자아이들이 전사로 변해 구출에 나선다.
이 에피소드가 방영된 직후 트위터에서는 5000여 건의 관련 트윗이 쏟아졌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서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성 고정관념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2`에서는 직장을 잃고 가정 일을 도맡아하는 아빠와 히어로 `엘라스티걸`로 활약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사진 캡처 = 네이버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2'도 기존의 가부장적 성 관념을 탈피했다. 이 영화는 지난달 18일 개봉해 전 세계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눈에 띄는 지점은 아빠는 직장을 잃고 가정 일을 도맡아하는 한편 엄마는 히어로 '엘라스티걸'로 활약하는 것이다. 가부장적 성 역할에서 벗어나 엄마든 아빠든 누구라도 사회생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으며 여성인 엄마가 외부활동의 주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에 누리꾼들은 "성 고정관념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영향력 있는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다른 시각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새롭다", "성차별적 발언에 가장 예민해야 하는 것은 사실 아이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허긋토! 프리큐어`는 여자 아이들이 전사로 변신해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사진 캡처 = `허긋토 프리큐어` 홈페이지]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등장이 가뭄 속 단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기존의 어린이 만화영화가 다수의 성 편견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화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획일화된 성 이미지를 강조해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이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KBS1에서 방영한 TV만화영화 '헬로카봇5'은 올해 초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됐다. 해당 장면에는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한다" 혹은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달 26일 어린이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성 차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 112개 중 성차별적 내용이 모두 54건 확인됐다"며 "제작자들이 사회적 권한과 책임의식을 갖고 성평등한 관계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선별해 보급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조하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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