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번지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대형 산불 '카파이어'가 겨우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속출하는 이유도 인류가 촉발한 지구 온난화의 여파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조한 지역의 경우 기온 상승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단순 폭염이 극단적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 연구진은 지난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가뭄 지역의 기온 상승세는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빠르고, 가뭄과 고온이 동시에 겹치기 때문에 대형 산불이나 작물 수확량 급감 등의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며 "올 여름 이상 고온으로 캘리포니아, 스칸디나비아, 그리스 등에서 연일 대형 산불이 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20세기 후반~21세기 초 미국 전역의 기온 및 강수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뭄 지역의 경우 평균 날씨 조건이었던 미국 남부나 북동부 지역에 비해 기온이 약 4배 가량 빨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의 진행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것이다. 펠리샤 치앙 UC어바인 토목 및 환경공학 박사는 "보통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지표면의 열을 제거하는데, 토양이 건조할 경우 이렇게 날아갈 수분이 없기 때문에 온도가 더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증기나 습도가 지구 온난화의 효과를 증폭시키고, 지표면과 대기간 관계를 바꿔 놓는다는 분석이다.
최근 산불의 발생 건수와 강도가 증가하는 것도 가뭄 지역이 더 뜨거워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연구진 주장이다. 아미르 아가코우착 UC어바인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가뭄과 고온이 동시에 발생하면 부정적 영향이 더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식량 공급, 농업 인프라, 인류 건강 등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극단적 재앙을 낳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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