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허가 받으면 무주공산` 중국 의약품 시장 노리는 제약업계
입력 2018-07-31 15:30 

외국산 의약품에 대한 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의약품 선진국에는 들지 못하지만 인구가 많고 최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부가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적응증으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계획한 중국 임상 3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과 중국의 연구진들이 모여 임상 과정을 논의하는 회의를 지난 27~28일 개최했다. 이번 중국 임상 3상에는 일양약품이 중국 현지법인인 양주일양제약과 함께 세계적 임상시험대행업체 아이큐비아도 참여한다.
일양약품 측은 중국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슈펙트를 허가받으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중국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한다. 매년 약 1만2000명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발병하지만, 중국에 허가된 치료제는 가격이 비싼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뿐이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중국의 보툴리눔톡신 시장도 무주공산이다. 최근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간 주름을 개선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허가된 의약품은 오리지널인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와 현지기업인 란저우의 BTXA 등 2개 뿐이다.

이에 한국의 보툴리눔톡신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 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디톡스가 지난 2월 중국식품의약품국(CFDA)에 메디톡신(수출명 뉴로톡스)의 시판 허가를 신청하며 중국 보툴리눔톡신 시장 진출에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선진 시장인 미국으로의 진출은 경쟁사인 대웅제약보다 한발 늦었지만,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암바이러스 제제 펙사벡을 개발하고 있는 신라젠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라젠은 글로벌 임상 3상 대상국에 중국을 포함시키고, 최근 CFDA의 임상정보사이트 차이나드럭트라이얼(chinadrugtrials)에 환자 모집에 대한 정보를 공식 게재했다. 미국, 한국, 유럽 등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기존 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의 대상자를 중국에서도 공개적으로 모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가 지난 2011년 7431억위안(약 126조원)에서 2015년 1조2207억위안(약 208조원)으로 성장해 연평균 13.2%씩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성장률인 8.7%보다 1.5배 가량 성장 속도가 빠르다.
향후 중국 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시도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 기업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의약품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고 있어서다. CFDA는 중국 내에서 임상시험을 따로 하지 않아도 중국인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포함된 글로벌 임상시험 데이터를 인정해주기로 하는 절차 간소화 방안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이에 더해 올해 하반기 발표될 약물관리법 개정안에도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글로벌 제약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의약품 당국의 규제 완화는 자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제품만으로는 고급 의약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 중국 내 미용성형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보툴리눔톡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정식으로 허가되지 않은 한국산 제품이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 유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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