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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민의 기회격차를 줄여주는 포용금융
입력 2018-07-30 16:49 
최규봉 서민금융진흥원 경영지원본부장.[사진 제공: 서민금융진흥원]

하버드대학교의 공공정책학 교수인 로버트 D. 퍼트넘은 그의 최근 저서 '우리 아이들(Our Kids)'에서 미국 아동과 청소년의 소득불평등에 따른 '기회격차'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는 잘사는 가정의 아이들만큼이나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그들이 가진 재능을 개발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성장과 사회전반의 생산력 향상을 위해 좋은 인재가 필요하며, 인재를 버릴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기회의 불평등, 즉 '기회격차'는 가난한 아이들의 기회를 배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실제 비용과 기회비용을 모두 부과한다는 것이다.
퍼트넘 교수의 주장을 금융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회격차가 금융소외와 유사한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융소외의 반대 개념은 포용금융이다. 포용금융은 금융접근성이 부족한 서민·취약계층의 '기회격차'를 축소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인도의 금융포용위원회(Committee on Financial Inclusion in India)는 포용금융을 '금융서비스의 접근과 서민·취약계층의 대출 필요 시 적당한 비용으로 시의적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의 경우 농촌 지역에 은행 점포가 없기 때문에 물리적 접근성이 부족하다. 또한 인터넷결제 등 지급결제시스템 취약으로 인한 거래의 편리성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성별, 거주지, 소득 등에 따라 금융소외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물리적 접근성이나 거래의 편리성은 선진국 수준이다. 2014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15세 이상 인구의 계좌 보유율은 9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4.0%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의 금융소외는 주로 대출에서 발생한다. 서민·취약계층은 금융거래정보가 부족한 신파일러(thin-filer)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출 심사 시 정보비대칭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한 정보비대칭이 자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유도해 서민·취약계층은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 사금융 등으로 인한 서민·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은 이들의 자활과 재기를 막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최근 금리 상승기조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KCB에 따르면 2018년 1/4분기 신규 가계신용대출은 전 소득구간에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20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는 2017년 3/4분기 이후 정체 및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리인상 시에는 소득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부담은 기존 28.4%에서 34.2%로 5.8%포인트 증가해 상위 20%의 1.6%포인트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이자부담은 다중채무에 시달리는 서민·취약계층을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서민·취약계층의 자활 및 재기를 위한 금융접근성 강화 방안으로 다양한 정책서민금융이 공급되고 있다. 정책서민금융은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금융서비스에는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와 같은 저금리 대출 및 보증상품이 있다. 비금융서비스는 생계형 자영업자 및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업 전·후 컨설팅,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취업지원 서비스,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 등이 있다.
앞서 말한 퍼트넘 교수는 가난한 아이들의 기회격차를 없앨 수 있다면 이들이 경제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역시 정책서민금융을 통해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강화해준다면, 충분한 자활의지와 능력을 보유한 서민이 경제성장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
[최규봉 서민금융진흥원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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