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서일본 집중호우 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타지 못한 채 3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이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4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7%로 지난달보다 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에는 5%포인트나 올랐지만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비지지율)는 응답 비율은 44%로 5개월째 비지지율이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같은 지지율 정체에는 이달 초 서일본 지역의 기록적인 폭우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일본 집중호우와 관련한 정부 대응에 응답자의 68%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충분했다"는 평가는 20%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정부 인사들과 함께 술자리를 열어 비판을 받았다. 카지노 통합리조트시설(IR)정비법안(카지노 추진법안) 등 경제 살리기 정책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지노 추진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연루의혹을 받는 사학스캔들에 대해서도 75%가 "정부 설명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해 비판 여론이 가시지 않았다.
제자리 걸음인 여론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이날 휴가를 반납하고 서일본 폭우 비상재해대책본부회의를 열어 태풍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서일본은 폭우와 폭염에 이어 제12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권에 들면서 토사 재해 등 추가 피해가 염려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규슈 북부와 시코쿠 지역에 국지적인 비구름이 발달하고 있어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이제 막 시작된 복구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차기 총재로 적합한 사람을 묻는 질문엔 아베 총리가 22%로 1위에 올랐다. 조만간 출마를 선언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19%로 아베 총리에 3%포인트 부족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 받는 고아즈미 신지로 자민당 수석부간사장의 지지도도 19%여서 이시바 전 간사장과 손잡을 경우 파괴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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