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여러분들의 성금은 전액 '적도보다 무더운' 광교 현장을 지키고 다듬고 계신분들의 간식 구매에 쓰이게 됩니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연일 계속 되는 가운데, 최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건설되고 있는 광교중흥S클래스(내년 5월 입주 예정) 입주자예정자협의회 인터넷 카페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건설현장에서 무더위에 고생하고 있는 근로자를 위해 간식을 제공하자는 내용이었다. 이후 지난 22일(일) 23시부터 23일(월) 23시까지 24시간 모금을 한 결과, 총 300여만원에 달하는 성금이 모였다. 입주자예정자협의회는 이 돈으로 피자와 치킨, 수박, 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사서 무려 1500여명에 달하는 현장 근로자에게 나눠줬다.
더 훈훈한 점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건설현장에 붙인 안내판에 한글뿐만 아니라 중국어를 병기했다는 것이다. 중국인, 조선족 건설 노동자가 많은 만큼, 이들을 배려해 해당 문구를 넣은 것이다.
입주 예정자인 한일용씨는 27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무더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다 열사병으로 힘들어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들었다"며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대접하고자 해당 모금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또 아메리카노, 다방커피, 아이스티 등 음료를 무료로 먹을 수 있게 음료쿠폰 500매를 근로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사례여서, 건설사(중흥건설)측도 상당히 고마워하며 공사에 더 신경쓰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폭염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재난관리실 차원의 긴급폭염대책본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독거노인, 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계층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그늘막 설치에 쓰라며 지자체에 내려준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살펴보면, 대구와 광주가 '폭염 취약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환경부가 실시하는 '폭염건강 취약성 평가'에 근거해 세금을 내려줬는데,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 대구와 광주(각각 4억8000만원)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3개월치 기후변화 전망과 심혈관계 질환자, 야외노동자 및 고령자 비율, 그리고 지역 내 의료기관 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폭염취약지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령 인구가 많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에 취약한 강원도와 충청북도는 대구, 광주의 60% 수준의 예산(2억6000만원)만 지원을 받아, 보다 정교하게 폭염 취약지를 계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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