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엘니뇨` 다양성의 비밀 밝혀져…이상기후 예측 더 정확해질듯
입력 2018-07-26 08:14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기후물리연구단과 국제공동 연구팀은 동태평양 엘니뇨(EP 엘니뇨)와 중태평평양 엘니뇨(CP엘니뇨)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규명했다. <자료제공=IBS>

한국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이상기후를 일으키며 생태계, 농업 생산, 국가 경제까지 뒤흔드는 해수의 이상 고온현상 '엘니뇨' 예측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매우 복잡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엘니뇨의 다양성에 숨겨진 수학적 구조를 밝히면서 기후과학 난제 해결의 토대를 닦았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의 악셀 팀머만 단장과 11개국 40여명의 국제공동 연구팀은 동태평양 엘니뇨(EP 엘니뇨)와 중태평평양 엘니뇨(CP엘니뇨)의 조합에 따라 매번 다른 형태의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같은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온라인 게재됐다.
엘니뇨란 태평양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간 해수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전 세계 기상이변과 재해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공간 패턴, 주기, 강도, 지속 기간 등이 매번 불규칙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이 꾸려진 것도 엘니뇨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수학, 물리학, 대기과학, 해양학 등 여러 학문을 동원하고 여러 연구방법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진은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크게 EP 엘니뇨와 CP 엘니뇨로 나뉘고, 이 두 가지의 결합에 따라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엘니뇨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단순히 엘니뇨가 어디에서 출몰할지 모르는 공간 패턴뿐만 아니라 언제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지속 시간까지 단일 모델로 설명한 것이다. 연구를 총괄한 팀머만 단장은 "엘니뇨의 공간적 다양성과 시간적 다양성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통합이론모델"이라고 밝혔다.

EP엘니뇨는 3~7년을 주기로 발생하며,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를 높인다. 열대 해양 하층부의 차가운 바닷물이 잘 올라오지 못해 상층부에 따뜻한 바닷물이 축적되고, 무역풍이 많이 약해졌을 때 발생한다. 반면 CP엘니뇨는 2~3년을 주기로 발생하며,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를 크게 높인다. 열대 해양 상층부에 따뜻한 해수가 상대적으로 덜 축적돼 열 저장이 적고, 무역풍이 강해졌을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두 가지 엘니뇨가 서로 다른 주기와 강도로 발생하면서 다양한 엘니뇨 현상을 가져온다는 게 연구진 주장이다. 또 대서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 지구 온난화, 열대 저기압 등 외부의 자극과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엘니뇨의 특성이 더 분화되고 전 지구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국종성 포스텍 교수는 "이번 연구로 엘니뇨 예측이 향상되면 엘니뇨가 발생하는 동안 어떤 지역이 어떤 이상기후를 겪게 될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통합 모델이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꼽히는 엘니뇨의 발생과 영향을 이해하는데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속 작업으로는 해수의 이상 고온현상인 '엘니뇨'와 달리 1~2년에 걸친 해수의 이상 저온현상을 뜻하는 '라니냐'의 다양성과 전지구적 영향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EP엘니뇨는 라니냐로 잘 전환되는 반면, CP엘니뇨는 라니냐로 전환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를 고려할 경우 엘니뇨 예측이 정확해지면 라니냐의 예측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라니냐는 엘니뇨에 비해서 지속기간이 길고 두 해에 걸쳐 연속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지구적 영향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이준이 IBS 기후물리연구단 지구시스템예측성 프로젝트리더는 "이번 연구는 엘니뇨에 의한 가뭄, 홍수, 폭우, 폭설 등 피해에 대비하고 식량 부족, 식수 고갈, 전염병 등 문제에 대응하는 이론적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라니냐의 전지구적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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