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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투자매력 역대급…`일드갭` 9%P 돌파
입력 2018-07-25 17:36  | 수정 2018-07-25 20:23
일드갭 2000년 이후 최고수준
6월 중순 이후 약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주식의 투자매력도가 '역대급'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기대수익률(코스피)과 채권수익률 간 차이를 보여주는 어닝일드갭(Earning Yield Gap)이 9%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일드갭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일드갭이 높다는 건 채권과 비교해 주식이 저평가돼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이 이익 대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한층 심화된 만큼 저가매수를 고려할 타이밍이라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주요 증권사들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일드갭은 대략 8.9~9.5%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일드갭은 주식기대수익률에서 채권수익률(국고채 3년물 금리)을 뺀 수치다. 주식기대수익률이 2%이고 채권수익률이 5%이면 일드갭은 -3%포인트다. 이 경우 채권이 주식보다 매력적이다. 반대로 주식기대수익률이 5%이고 채권수익률이 2%면 일드갭은 3%포인트다. 주식으로 돈을 벌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주식기대수익률을 구할 땐 일반적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는데, 12개월 이익 추정치는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드갭도 다소 차이가 난다. 예컨대 삼성증권은 9.5%포인트의 일드갭을 제시했고 신영증권은 9.2%포인트, 하나금투는 8.9%포인트다.

조용준 하나금투 리서치센터장은 "일드갭은 주식과 채권 시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데이터"라며 "현재의 일드갭은 2000년대 이후 최고치로, 한국 주식이 가격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코스피는 과도하게 할인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신영증권 데이터상으로도 현재의 일드갭은 2011년 9월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반면 미국 증시는 일드갭이 한국과 정반대 추세다. 현재 미국 S&P 500의 일드갭은 3%포인트 초반대로 2007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조 센터장은 "미국은 금리 인상 추세가 확연해지고 주가가 많이 올라 채권 대비 주식 매력도가 낮아졌다"며 "한국은 아직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지도 않았는데 주가가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일드갭이 아주 크게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향후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견해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동석 센터장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지만, 금리와 무역전쟁 등 외부 이슈가 한국 증시를 짓눌렀다"며 "그러나 저평가 정도가 과도한 국면에 진입한 만큼 지금 수준의 실적만 유지해도 현재 8.8배 수준인 PER가 내년엔 10배 전후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2003~2004년에 코스피 PER가 6배까지 하락한 바 있는데 당시 코스피는 2004년 8월 저점을 지난 뒤 2007년까지 200% 상승했다"며 "지금 국면도 당시와 유사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물론 신중론도 여전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저평가된 것은 확실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과 환율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할 때 반등을 하더라도 그 폭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31% 내린 2273.03으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물량을 쏟아냈지만 기관이 이를 받아내며 급락을 막았다.
코스닥 지수는 또다시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66% 하락한 748.89에 장을 마치며 750선마저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시장이 맥을 못췄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셀트리온헬스케어(-5.78%), 메디톡스(-3.67%), 나노스(-5.11%), 신라젠(-7.95%), 바이로메드(-5.24%) 등 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가 약해진 상황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부진이 계속되면 코스닥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코스닥 하방 지지선으로 740을 제시하고 있다.
[남기현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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