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헬로우뮤지엄 동네미술관 금호동' 전시장 벽에 유난히 부리가 길고 까만 새 그림이 걸려 있었다. 김선우 작가의 '도도 인 더 아일랜드'로 푸른 바닷가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도도새들을 그렸다. 불행하게도 1681년 멸종된 조류다.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살던 도도새는 네덜란드인들과 함께 침입한 생쥐, 돼지, 원숭이들에게 몰살당했다. 무인도에서 천적 없이 평화롭게 살다가 날개가 퇴화한 탓이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 속 도도새를 따라 그리는 드로잉 콜라주 워크숍이 준비돼 있다.
헬로우뮤지엄은 아이들에게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일깨워주는 전시 '헬로 초록씨'를 11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초록씨는 지구를 의미하며, 현대미술 작가 9명과 과학자 1명이 참여해 오감 교육을 할 수 있는 작품들로 전시장을 꾸몄다.
에드가 드가 1890년작 'Dancers(댄서스)'
여름 방학을 맞아 청소년 심미안을 높이는 미술 전시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헬로우뮤지엄 외에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 드가(1834~1917)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방학 시즌에 맞춰 전시 '드가: 새로운 시각'을 8월 8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연다.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45) 전시가 9월 26일까지 펼쳐진다. 데뷔작 '별의 목소리'(2002)부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3), '초속 5센티미터'(2007), '별을 쫓는 아이'(2012), '언어의 정원'(2013), '너의 이름은.'(2016) 등 총 6편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먼저 헬로우뮤지엄 1층에서는 그물 위에서 뛰놀면서 천정에 있는 식물 그림과 바닥 이끼를 구경하는 반돔형태 설치 작품이 눈에 띈다. 김지수 작가와 카이스트 연구원 출신 김선명 팹랩 대전 대표의 협업 작품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다. 작품 주변에 배치한 가습기에서는 숲 속 향기가 나오고 이끼를 만져볼 수 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끼가 빗물을 저장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도와준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인근에는 손채수 작가가 황소와 벼 등을 황토색 광목에 그린 회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곡식과 경작에 도움을 주는 가축을 배우는 자리다. 손 작가는 "요즘 많은 어린이들이 곡식을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사오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빛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곡식의 생명력을 강조하기 위해 춤추는 형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김선우 '도도 인 더 아일랜드'(80x117cm)
2층 전시장에는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를 낚시질하는 체험 작품 '플라스틱SEA(바다) 구하기'가 펼쳐진다. 푸른 바닥에 비닐로 연출한 바다 안에는 우유용기와 세제용기 등 온갖 플라스틱 빈 통들이 나뒹굴고 있다. 바로 옆에 배치한 흐느적거리는 에바폼(쿠션 소재) 낚시대로 건져올리게 하지만 쉽지 않다. 김영재·노해율·신승연 작가로 구성된 작업의목적팀은 "무분별하게 버린 플라스틱으로 바다를 오염시키기는 쉽지만 다시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옥상에는 소쿠리와 그릇 등 폐기된 용기들로 만든 분수에서 물이 솟구친다. 박정선 작가의 '퍼스널 오브젝츠'로 태양열로 가동된다. 민주 작가가 대형 분홍색 인조털로 제작한 가상 세계 생명체 캐릭터 '플러피'도 영상과 실물로 어린이 관객을 반긴다. 지하 1층에선 탁구공을 던지면 자연 소리를 들려주는 식물설치 작품 '청각적 자람'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작가 해미 클레멘세비츠 작품이다.
헬로우뮤지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차지할 드가는 무희의 화가로 불린다. 발레리나를 그린 대표작들을 포함해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사진 등 19세기 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풍부한 표현력과 색감으로 펼쳐지는 드가의 예술인생 30년을 담았다. 2016년 6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과 10월 미국 휴스턴 미술관에서 관객 100만명을 동원한 전시이기도 하다. 올해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을 찾는다.데뷔 15주년을 맞이한 '빛의 마술사' 신카이의 일대기를 응축해놓은 예술의전당 전시에서는 작품별 장면 컷과 색채 자료, 기획서 등 애니메이션이 완성되기까지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준다. 180도 와이드 스크린, 프로젝터 매핑 등과 조형물을 이용해 벚꽃이 흩날리는 '초속5센티미터' 한 장면, '언어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비 오는 공원에서의 정자 모습 등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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