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교 축제서 대박 난 메뉴로 창업까지 성공한 여대생
입력 2018-07-20 16:45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 골목에 위치한 '카페코지'의 대표 메뉴인 '코코넛 커피 스무디'. [사진 = 카페코지 제공]

외국여행을 갔다가 "이거 우리나라에서 팔면 대박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는 이는 드물다.
친구와 베트남에 갔다가 코코넛 커피 맛에 매료된 우지연 씨(22·이화여대 3학년)는 이 생각 하나로 '카페코지'의 대학생 사장이 됐다.
그는 베트남에서 맛본 코코넛 커피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코코넛 커피 스무디'를 2017년 5월 교내 축제에서 팔았는데 폭발적 호응에 바로 창업을 결정했다.
그해 7월 우 사장이 이화여대 앞 골목에 카페코지를 차렸을 땐 경영학과 2학년 학생이었다. 대표 메뉴인 코코넛 커피 스무디(4300원) 외에도 이탈리아 라떼(4000원), 호찌민 라떼(3500원) 등 다양한 커피 메뉴를 판다.

카페코지는 개업 1년 만인 올해 8월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우 사장을 19일 오후 이화여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나 창업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코코넛 스무디에 커피 샷을 넣어 먹는 메뉴는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 처음 접했다. 너무 맛있는데 왜 우리나라엔 아직 없는지 의아했다. 한 번 내가 한국에서 팔아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돈도 없고 아직 학부생인 내가 바로 가게를 차리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일단 위험 부담이 적은 학교 축제에서 팔아봤다. 당시엔 "잘 되면 창업을 하고 아님 아닌 것"이란 생각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축제때 하루 약 400잔을 팔았고 마지막 날엔 재료가 부족해 장사를 일찍 접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때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유사한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더 늦기전에 가게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해 종강하자마자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정말 바쁜 시기였다. 축제가 끝나고 바로 두 달 후 가게를 오픈했으니...
(왼쪽) 지난해 5월 교내 축제에서 코코넛 커피 스무디를 팔던 부스 앞에 학생들이 줄을 선 모습, (오른쪽) 우지연 카페코지 사장. [사진 = 카페코지 제공]
-원래 창업을 꿈꿨나
▷중학교 때부터 가족은 내가 관세사가 되길 원했다. 그래서 대학에 올 때까지 다른 직업을 알아볼 생각도 안 했다. 관세사가 되려면 곧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전에 내가 진정 하고싶은 걸 해보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창업이다.
과감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던 건 대학에서의 경험 덕분이다. 다양한 능력자인 동기들과 교수님을 보며 나도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창업 비용은.
▷보증금을 제외하면 1400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 발품을 팔아 셀프 인테리어로 600만 원 정도를 아꼈다. 11.57㎡ 정도인 작은 가게이지만 임대료가 다른 골목보다 8분의 1 정도인 곳으로 계약했다.
간혹 "금수저 아니냐"는 말을 듣는데 나는 공무원 아버지를 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창업 비용,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시기 등을 철저히 분석해 부모님을 설득했다. 일종의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연 것이다. 다행히 내 열정을 알아주셨고 이 정도 돈이면 나중에 취직해서 2~3년 정도 일하면 갚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니 허락해주셨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님은 내가 관세사가 되길 원하신다.
-곧 2호점을 오픈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추진했나
▷8월 중순에 완공 예정인 신촌 '박스퀘어'에 입주한다. 청년 창업가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가게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입주자로 선정된 후 매주 창업교육과 1:1 컨설팅을 받고 있다. 카페코지가 좀 더 전문적인 카페로 나아갈 기회라 생각한다.
(왼쪽) 직접 가게 벽을 색칠하는 우 사장, (오른쪽) 카페코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 [사진 = 카페코지 제공]
-카페코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코코넛을 우리나라에서 대중화시키고 싶다. 코코넛으로 카페코지를 시작했으니 코코넛도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조합을 계속 찾을 것이다. 또 카페의 가장 기본인 커피 메뉴의 질도 높이려 노력 중이다.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직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텼다. 학업과 가게 운영을 병행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을 이들이 채워줬다. 항상 고맙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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