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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텐, 불의를 참지 못했다가…안타까운 죽음
입력 2018-07-20 10:59  | 수정 2018-07-20 13:20
데니스 텐 ‘2016 올댓 스케이트’ 연기 모습.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의 비극적인 사망은 ‘잘못된 것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안위를 좀 더 우선했다면…이라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2015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선수권 남자피겨스케이팅 싱글 금메달리스트 데니스 텐은 1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25세.
카자흐스탄 빙상영웅이 자국 괴한들에 의해 생명을 뺏겼다. 강도혐의를 모면하기 위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처음 노린 것은 승용차 뒷거울이 전부였다고 한다.
치안이 좋고 나쁨을 떠나 자가용 백미러를 강탈하는 괴한들을 목격한다면 혹시나 자신에게 미칠 위험을 염려하여 도망가거나 모른 척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데니스 텐은 달랐다. 자동차 뒷거울 도둑을 보자 육탄전을 불사하더라도 사로잡으려 했다.
데니스 텐의 신장은 168㎝로 작지만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피겨스케이팅 싱글 동메달리스트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특정 종목 최정상급 선수의 신체 능력이 보통일 리는 없다.
다만 백미러를 훔치는 좀도둑도 흉기로 무장한 것이 데니스 텐에게는 불운이었다. 수적 우위를 놓치지 않은 괴한들의 칼부림은 우측 대퇴동맥 절단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넓적다리 동맥 파열은 대량출혈로 이어지기에 고대에도 가장 무서운 전투 피해 중 하나였다. 데니스 텐 역시 대퇴동맥에서 3ℓ 넘게 피를 흘리며 생존 가능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허벅지를 포함한 데니스 텐의 자상 부위는 모두 10개나 된다. 늑골 부근을 찔려 흉부의 장기가 훼손된 것이 사망과 직결됐다.
잔인한 칼질만 봐도 카자흐스탄 괴한들은 애초에 강도였던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목숨까지 잃게 될 줄을 데니스 텐은 알았을까.
데니스 텐 외외가(어머니 외가)의 고조부(4대조)는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수훈자가 된 독립운동가 민긍호다.
민긍호는 1907년 일본의 대한제국 군대해산 및 고종 강제퇴위에 반발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난 정미의병 당시 관동군 창의 대장으로 100차례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군은 1908년 민긍호를 산악 습격으로 체포했다. 의병들이 구출에 나서자 숨을 끊어버렸다.
데니스 텐의 2015 4대륙선수권 제패는 피겨스케이팅 메이저대회 처음이자 결국 마지막 우승이 됐다. 당시 개최지는 대한민국 서울이었다.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 획득 후 한국을 찾은 데니스 텐은 강원도 원주 정미의병 100주년 기념비와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및 묘소를 참배했다.
데니스 텐이 고려인이라고는 하나 카자흐스탄에서 성장하는 동안 외외가 고조부 민긍호의 존재는 ‘한국인 장군 정도인 것이 당연했다.
따라서 강원도 원주의 민긍호 기념지에서 받은 감동도 컸다. 데니스 텐은 미신은 믿지 않는다”라면서도 조상의 묘역에서 돌을 챙겨 훈련 및 대회 출전을 다니며 사용하는 여행용 가방에 넣고 다녔다.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나아가 빙상 종목 최초로 동계올림픽 입상자가 된 것이 데니스 텐 업적의 끝이 아니었다.
민긍호 묘소를 다녀간 후에도 데니스 텐은 남자피겨스케이팅 싱글 종목에서 2015년 4대륙선수권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동메달 그리고 201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을 획득했다.
데니스 텐이 우승한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였다. 조국에 영광을 안긴 도시에서 이듬해 숨을 거둘 줄이야… 여러모로 매우 비극적인 사망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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