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17일 뉴스초점-택시의 '배짱' 승차거부
입력 2018-07-17 20:09  | 수정 2018-07-17 20:50
밤늦은 시간 동료와 함께 택시를 잡던 직장인. 목적지를 말하자 '거긴 안 가요'라는 거친 답이 돌아왔습니다. 몇 차례 승차거부가 이어지자 화가 난 직장인은 휴대전화로 택시의 번호판을 찍어 서울시에 신고했는데… 석 달 뒤, 서울시에서 택시기사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확인해보니 '주의'는 과태료도 없고 승차거부 삼진 아웃에도 포함되지 않는 그야말로 '아무 처분도 아닌 것'이었죠.

서울시는 택시기사가 3번 승차거부를 하면 운전 자격을 취소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었는데, 그러면서 밤늦은 시각의 승차 거부가 사라질 것처럼 얘길 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이유는 '삼진 아웃'이 '제도 따로, 현실 따로'이기 때문입니다.

처벌을 위해서는 신고자가 직접 차량번호, 기사 이름, 회사명 등을 다 확보해야 하고 게다가 승차거부를 증명할 동영상이나 녹취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이미 승차거부를 하고 떠나는 차의 뒷모습만, 번호판만 찍어 신고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이런 현실을 잘 알기에 일부 택시기사들은 뻔뻔하게도 '안 가요. 신고하려면 하세요'라며 배짱영업을 하는 거죠.

이로 인해 시민들은 매년 서울시에 택시 승차거부를 7천 건씩 고발하고 있지만, 3년간 자격이 취소된 택시기사는 단 6명뿐이었습니다. 90%는 증거 부족으로 행정처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서울시도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단순 증거 중심의 처벌보다는 택시 기사별로, 신고가 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처벌 방향과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승차거부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시 단속을 하던가요.

민원이 계속돼도 승차거부가 수십 년째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현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택시 요금을 올릴 때만 '단속을 한다', '삼진 아웃제를 강화하겠다'고 하지 말고 또 택시 기사들만 탓하지 말고 유명무실한 제도부터 손보는 게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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