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변동금리 5% 육박…고정금리가 더 싼 곳도
입력 2018-07-17 17:41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전
은행에서 파는 고정금리 대출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비싸다는 법칙이 최근 깨졌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감 탓에 일부 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금리 방식 금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정금리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전에는 고정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54~4.74%로 3.47~4.67%인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금리를 뛰어넘었다.
통상 은행들이 취급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3년 혹은 5년간 금리가 바뀌지 않는다. 요즘같이 시중금리가 올라가도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다 보니 은행들은 금리를 못 바꾸는 리스크를 변동금리보다 더 비싼 금리를 받는 것으로 헤지한다. 실제 한 달 전 국민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3.64~4.84%)는 잔액 코픽스 변동금리(3.52~4.72%)보다 0.12%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계속 떨어진 반면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꾸준히 올라 이달 초 역전됐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비싸졌다는 의미다. 17일도 잔액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올랐지만 혼합형 대출금리는 제자리를 유지했다.
다른 은행도 역전까지는 아니지만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간 금리 차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의 변동·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차이는 한 달 전 0.47%포인트에서 17일 0.28%포인트, 신한과 하나은행도 비슷하게 이 기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처음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보다 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진 셈이다.
금리 상승기인데도 고정금리 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는 이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최근 급락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말 2.776%에 달했던 금융채 5년물 AAA등급 금리는 3월 2.6%대에 돌입한 뒤 이날 2.536%까지 내렸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코픽스가 1월 1.78%에서 6월 1.84%로 뜀박질한 것과 비교된다.
금융채 5년물 같은 국내 장기채권 금리는 보통 미국 국채 10년물 등 장기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3% 밑으로 내려간 뒤 최근 더 떨어져 2.8%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늘어난 것이 금리를 끌어내렸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국내 금융채 장기물로 전달돼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장기금리는 기준금리보다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쉽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금리 상승 분위기가 이미 연초 장기채권 금리에 선반영돼 고점을 유지했고, 이에 대한 피로감으로 최근 금융채 장기물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출을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조현수 우리은행 보라매지점 PB팀장은 "신규 대출은 향후 3년 정도는 금리 상승을 대비해야 하므로 장기간 상환이 어려운 대출이라면 혼합형 대출을 선택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리스크를 회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실행한 지 3년 안에 갈아타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지만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꿀 때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이슈가 잠잠해지면 다시 미 국채 장기금리는 오를 수 있고, 이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이슈가 11월 미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란 점을 고려하면 11월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변화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최근까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00bp(1bp=0.01%) 오를 때 국내 10년물 금리는 49bp, 3년물 금리는 27bp 뛰었다"며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함께 나타나면 국내 시장금리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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