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일대에서 갑작스런 물난리가 벌어져 시민들과 차량들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중부 수도사업소는 상수도관이 파열된 것으로 추정하고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 1시 25분께 충무로역 교차로 부근 아스팔트에 균열이 생기더니 흙탕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흙탕물은 30~40분 가량 계속 흘러나오며 일대 도로와 인도를 뒤덮고 성인 남성 발목 높이까지 차올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차량을 통제하며 교통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난리는 상수도 파열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부수도사업소는 지난 4~5월 상수도관이 옆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파열 원인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한옥마을에서부터 청계천까지 하수도관을 새롭게 깔다보니 상수도관을 옆쪽으로 살짝 이동시켜야 했다"며 "충무로 일대가 지하철도 지나가는 등 워낙 복잡해 공사가 어려웠는데 아마 이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 가 싶다"고 추정했다.
연이은 폭염으로 인해 상수도관 철근이 약해져 수압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중구청 안전치수과 관계자는 "상수도 관은 철로 이뤄져 있는데 한여름과 한겨울의 기온 차이가 클 수록 수축이 이뤄져 약해질 수 있다"며 "폭염으로 인한 영향이 있는 지 등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때 아닌 물난리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충무로역 인근 한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28)는 "회사 앞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갑자기 물이 확 터져나와 부리나케 회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며 "10분만 늦었어도 물 때문에 회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상 퀵을 받아야 했는데 물난리가 나 제 때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직장인 박 모씨(29)는 "지하철 바로 위 상수도관이 터졌다고 하니 뭔가 불안하다"며 "퇴근 시 지하철을 타더라도 충무로역을 사용하지 않고 을지로 3가까지 걸어갈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