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종업원 '기획 탈북' 의혹에 딜레마 빠진 정부
입력 2018-07-15 19:30  | 수정 2018-07-15 20:04
【 앵커멘트 】
이처럼 지난 2016년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두고 국정원이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에 빠졌는데요.
정치부 김근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1 】
김 기자, 지난 5월 모 매체에서 이 식당 지배인과 종업원을 인터뷰하면서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지금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유가 뭡니까?

【 기자 】
네, 지난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우리나라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탈북 종업원 일부와 면담한 내용을 공개한 건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지난 10일)
- "면담에서 이들 중 일부는 한국에 오게 됐을 때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질문 1-2 】
그러니까 저 말은 당시 종업원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한국에 왔다는 것 아닙니까?

【 기자 】
네, 어디까지나 일부 종업원들의 주장입니다만 유엔에서도 기획 탈북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거죠.

【 질문 2-1 】
사실 북한은 오래전부터 국정원이 종업원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 탈북 사건이 발표된 게 총선 엿새 전이어서 더 논란이었는데요.

【 기자 】
북한은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선거 판세가 불리하자 이목을 돌리려고 남한 정부가 꾸민 추악한 납치극이다 이렇게 주장해왔는데요.

숨진 아버지의 유서까지 공개하며 종업원들을 당장 송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인터뷰 : 탈북 종업원 리지예 씨 아버지 유서 (지난해 6월)
- "네가 남조선에 끌려간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너와의 상봉만을 고대하던 이 아버지의 육체가 더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하라며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 3-1 】
유엔까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는데 우리 정부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정말로 종업원들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온 것인지 진상조사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 기자 】
다시 탈북자들을 조사해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냥 보내주면 안 되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해서 종업원 일부가 북한에 돌아가게 된다면, 남측에 남는 종업원의 가족들은 북한에서 어떤 위협을 받을지 모릅니다.

지금이야 북한 입장에서 납치이지만 다시 본인들 의사에 따라 남게 되면 그때는 자진 탈북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게 두려워서 실제 종업원들이 남한에 남고 싶어도 남겠다는 말을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기획 탈북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아무리 전 정권 일이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납치했다는 걸 국제사회에 인정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걸로 보입니다.

【 질문 4 】
우리 정부가 이렇게 난감해하는데도 북한이 계속 종업원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단순히 북송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기자 】
일각에서는 남북 대화의 속도 조절용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종업원 송환 카드로 남북 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데요.

남북 대화뿐 아니라 북미 협상에서도 북한에 유리하게 도와달라는 압박 차원에서 각종 민감한 현안을 꺼내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만큼 우리 정부가 이 탈북 종업원 송환 문제를 어려워하고 있고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거죠.

【 앵커멘트 】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해결은 결국 현 정부의 몫이 됐네요.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차분히 합리적인 방향을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김근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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