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外人사모은 `반도체·은행` 어닝시즌 이끈다
입력 2018-07-15 18:06  | 수정 2018-07-15 21:30
국내 주식시장 향방을 좌우할 이슈가 '무역전쟁'에서 '실적'으로 빠르게 이동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짓눌렸던 코스피는 2분기 어닝 시즌 도래와 함께 당분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미리 사모은 종목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어닝 시즌의 절대 강자였던 만큼 지난주 반등장 때 이들이 매수했던 종목이 향후 1~2주간 강력한 주도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15일 "무역전쟁 이슈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일단 정점을 넘어서는 분위기"라며 "반등 추세에서 외국인들이 미리 사 모은 종목들이 이번 어닝 시즌에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지난주 미국 증시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종목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며 "코스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어닝 시즌을 이끌 유력 주도주로 반도체·은행·건설주를 꼽는다. 조 센터장은 "지난주 외국인 매매 패턴을 보면 이들 세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며 "이들이 이번 어닝 시즌을 이끌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 반도체주였다. 은행과 건설주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완화로 반등 폭이 컸던 지난 13일 이런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1~2위는 여전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기였다. 삼성전자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이 10위권에 진입했고, 하나금융과 우리은행도 각각 13위, 17위에 자리 잡았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20위권 안에 포함되는 등 건설주에 대한 매수세도 꽤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실적 대비 가격 매력도가 높다는 점이다. 13일 기준 KRX 반도체지수는 연초 대비 6% 가까이 하락했다. KRX 은행지수는 하락 폭이 7%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KRX 건설지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남북 경제 협력 이슈에 힘입어 10.87% 올랐지만, 최근 1개월간 경협 이슈가 잠잠해지면서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어닝 시즌에 가장 기대되는 종목은 SK하이닉스"라며 "이 회사는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은 적이 없는데 올해 2분기 사상 처음 5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보다는 3분기 실적에 방점을 찍고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원화값 약세가 반도체 업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중 게임업종도 반도체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에 지난주 외국인의 사자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은행주 역시 순이자마진과 원화 대출 등 추이를 감안할 때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협 랠리 주인공이었던 건설주도 어닝 시즌에 또 한 번 상승 랠리가 기대되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GS·대림 등 건설업종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돌 전망"이라며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변경된 회계기준에 따라 당장의 실적 데이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플러스로 작용할지 마이너스로 작용할지 아직 예단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코스피는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300선 회복에 성공했다. 물론 무역전쟁 이슈가 중간중간 불거질 순 있지만 실적 시즌을 맞아 코스피가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그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조 센터장은 "상승세가 계속 간다고 해도 2400선에서 큰 저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만큼 높지 않다"며 한계론에 비중을 뒀다.
[남기현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