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계속되는 `삼바회계` 혼란…금감원 우왕좌왕
입력 2018-07-13 17:48  | 수정 2018-07-13 19:48
"모범 회계 답안은 없이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했다는 이유만으로 분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했던 증권선물위원회 한 위원이 13일 한 말이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계열사로 회계 처리를 해오다 2015년 갑자기 관계사로 바꿔 수조 원대 기업 가치를 장부에 반영했는데, 이 행위가 잘못이라면 옳은 방향은 무엇이냐"면서 "증선위원들의 이 같은 질문에 금융감독원은 정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재감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2015년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삼성 측이 어떤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계속 계열사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회계처리였느냐에 대해 금감원이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증선위가 2012~2014년 회계 처리 변경 이전 부분에 대한 감리자료를 요구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금감원이 증선위 요청을 거부하면서 '재감리'라는 초유의 결론을 맞이한 셈이다. 증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에서 중과실 등으로 감경하기 위해 금감원 조치안에 대한 수정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처음 기초적인 논리구조를 묻는 질문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2차적인 질문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평가 등은 아예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핵심 지적 사항이 평행선을 달리는데 중징계나 경징계 등 처벌 수위를 논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2일 증선위는 회계 처리 방법 부당 변경 의혹에 대해 설명하면서 명확성과 구체성이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금감원이 2015년 회계 처리를 A에서 B로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 변경 전후 A와 B 중 어느 방법이 맞는지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행정처분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으면 위법하기 때문에 재감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초유의 재감리 결정을 받은 금감원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감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13일 아침 9시께 '11시 입장 발표 브리핑'을 공지한 뒤 1시간 만인 10시께 브리핑 일정을 취소하는 등 입장 정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후 출입기자 문자 공지를 통해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와 관련하여 지난 6월부터 두 달에 걸쳐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심사숙고해 결정한 내용을 존중한다"며 "금감원은 향후 고의로 판단된 위반사항에 대해 신속히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투자 주식 임의평가와 관련한 증선위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재감리는 전례가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어떤 절차로 재감리에 나서야 하는지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번 재감리 결과 도출에 이어 증선위 재심사 등을 고려하면 일러도 연말께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바이로직스는 콜옵션 공시 누락에 따른 검찰 고발 여파로 검찰과 금감원 두 사정기관에서 동시에 조사를 받는 위기에 처했다. 증선위는 바이오젠과 체결한 합작계약 약정 사항과 콜옵션 미공시 금액이 2012년을 기준으로 연간 8000억원대에 이르러 '고의·중대 위반'이라는 결론과 함께 삼성 측과 해당 감사법인 모두를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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