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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형 같던’ 인성 좋은 사나이 휠러의 달라진 운명
입력 2018-07-13 17:13 
한화 외인투수 제이슨 휠러(사진)가 13일 웨이버 공시됐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갑작스러웠지만 또 예견된 이별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 외인투수 제이슨 휠러(28)가 13일 웨이버 공시됐다. 한화는 직후 데이비드 헤일을 새로운 외인투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89경기를 치르며 52승37패 승률 0.584, 단독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최근 그 어떤 해보다 폭발력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인데 한용덕 감독이 부임한 뒤 이뤄낸 놀라운 반전이다.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됐고 모든 게 성공적으로 돌아갔다. 신구조화, 반등한 베테랑들, 외인타자, 모든 게 착착 맞아 떨어졌고 대전구장은 연일 만원관중으로 가득했다. 아직 전반기에 불과하지만 말 그대로 한화의 올 시즌 절반 이상은 화려하고 또 성공적이었다.
그런 한화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키버스 샘슨과 짝을 이룬 또 한 명의 외인투수 휠러의 부진이었다. 샘슨과 함께 올 시즌 한화가 육성형 외인을 외치며 영입한 휠러는 좌완으로서 제구력이 장점인 선수로 꼽혔다. 샘슨처럼 에이스 역할이 주어진 것은 아니나 여러모로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고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고 판단하며 영입했다. 한화는 두 선수 조합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의 고비용 외인투수 노선을 저비용 효율노선으로 바꿨다. 휠러는 그 노선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데 휠러는 기대보다 너무 부진했다. 3월25일 고척 넥센전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오히려 샘슨보다 나은 첫 인상을 남겼는데 그 이후부터 끝 모를 부진이 시작됐다. 소화이닝은 점점 줄어들었고 실점은 많아졌다. 제구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고 심판판정에서도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한용덕 감독은 결정구가 없다”고 휠러의 부진원인을 진단했다. 그렇게 휠러는 5월9일 다시 넥센전서 승리투수를 따냈지만 그 이후도 반등하지 못했다. 19경기에 등판해 3승9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했고 101⅔이닝을 던졌다. 휠러는 7월12일 다시 한 번 넥센전서 승리투수가 됐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등판이 되고 말았다.
휠러는 한화가 원했던 건강한 외인투수 요건을 갖춘 선수다. 그런데 무엇이 어긋났을까. 바로 소속팀 한화의 가파른 상승세였다. 가을야구 진출은 고사하고 시즌 전 하위권으로 거론됐던 한화가 돌풍을 일으키며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하자 휠러에 대한 평가가 보다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교체여론도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은 언론보도에 흔들리던 휠러를 향해 (교체이야기는) 헛소문”라고 달랬지만 사실 한화 프런트의 움직임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가을야구가 눈앞에 다가왔고 팬들의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가운데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인 것이다.
초반 육성형 외인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달라진 팀 상황 앞에 휠러의 운명도 바뀌고 말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실력 외적으로 휠러는 한화에 대한 충성심이 깊고 인성도 좋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나는 행복합니다~”를 흥얼거릴 줄 알고 최강한화”를 더그아웃에서 소리치기도하는 재미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외모는 우직하지만 나오는 행동이 순수해 동네 형 같은 이미지를 보여줬다. 한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휠러는 한국, 한화에서의 생활에 깊은 만족감을 수차례 표현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인성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휠러는 객관적으로 야구를 잘 못했다. 답답한 경기흐름을 만들어 모두의 진땀을 빼는 경기가 수차례였다. 큰 그림 그리는 한화로서, 한 감독으로서 휠러 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 분명했다. 팬들도 이해하는 선택이다.
휠러가 입단했을 당시 한화와 지금의 한화의 모습은 완전히 바뀐 상태다. 예상 밖 팀의 달라진 운명이 휠러의 운명도 바꿔버렸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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