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최대쟁점 `에피스 지분가치` 분식 결론 못내…투자자들 멘붕
입력 2018-07-12 17:51  | 수정 2018-07-12 21:04
◆ 삼성바이오 공시 위반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를 요청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는 기존 취지와 달리 분식회계 여부를 결정하는 자회사 회계처리기준을 결론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삼성)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함으로써 투자 주식을 임의로 공정가치로 인식했다는 지적에 대해 관련 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 사실관계를 심도 있게 논의했으나 핵심적인 혐의에 대한 금융감독원 판단이 유보돼 조치안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증선위는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문제가 된 2015년 회계처리에서 금감원이 회계처리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지적하지 않고 회사가 선택한다고 조치안에서 설명했다"며 "이는 대법원 판례상 행정처분을 위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위법행위를 특정해야 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존 조치안에 대한 수정 의결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증선위가 직접 사실관계를 조사해 조치안을 수정하는 방안은 법령에서 정한 기관 간 업무 배분을 고려할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논의 과정에서 알게 된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를 엄격하게 밝히고 처분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위해 재감리를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감원의 기존 조치안이 미흡했다는 것으로 현재까지 자료만으로는 소위 '스모킹건(결정적 물증)'은 없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문제점이 일부 확인된 만큼 새로운 감리를 실시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재감리에는 다시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김 부위원장은 "연말보다는 빨리 끝날 것으로 본다"며 "더욱 명확한 결론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은 연말까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합작 형태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맺은 콜옵션 계약에 대한 공시누락 혐의가 검찰에 고발됨에 따라 사안은 더욱 복잡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금감원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 조사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증선위가 고의적인 공시 누락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아울러 분식회계 혐의도 아닌 공시 위반 수준으로 검찰 고발을 결정하는 것이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공시 위반은 대부분 중과실로 처리되고 고의성이 인정되더라도 검찰 통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삼성의 배경, 동기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발표가 최선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부위원장은 "기존 조치안은 행정처분을 구체적으로 하기에는 미흡했고, 아쉽게도 금감원이 조치안 수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상당 기간 교착상태가 지속됐다"며 "이대로 두면 시장 혼란은 더욱 커진다고 봤기 때문에 콜옵션 공시 누락 부분은 지금 결정하고, 추가 감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두 가지를 추가 감리 이후에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후에 사안을 보고 가중이나 경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판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선위가 재감리를 결정함에 따라 2015년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놓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치열한 추가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바이오젠이 특별한 제약 없이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콜옵션 행사 가격을 넘어섰는지가 재차 논의될 전망이다.
콜옵션 행사에 대한 문제를 떠나 자회사에 대한 가치산정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사 전환 이후 회계에 반영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시장가격이 적정했느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판매 가시화 등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시장가치를 4조8000억원대로 책정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를 1조5000억원대로 평가한 점을 들어 과대평가라고 지적했다. ISS 기준대로면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당기순이익은 1조9000억원대에서 적자로 돌아선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대 8조원대까지 평가받은 점을 들어 과대평가라는 지적을 일축하고 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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