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분할 상장` 효성, 주가 제값 받을까
입력 2018-07-12 17:48 
인적 분할 후 재상장에 나서는 지주회사 효성에 대한 주가 재평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사업 다각화로 경쟁사 대비 저평가됐던 사업회사가 견조한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실적과 주가 면에서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지주회사 효성과 4개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이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다. 지난달 1일 효성은 사업 부문별 독자 경쟁력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4개 법인을 분할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로 주력 4개 회사를 합병한 지 10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분할 비율은 기존 효성 주식 1주당 지주회사 0.39주, 효성티앤씨 0.12주, 효성중공업 0.26주, 효성첨단소재 0.12주, 효성화학 0.09주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이 각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키워가며 향후 지주회사의 연결 실적과 주가 상승 원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개 증권사가 추정한 지주사 효성의 올해 매출액은 평균 13조27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8%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7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하지만 내년과 후년 영업이익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 기준 2019년과 2020년 영업이익은 각각 15.2%, 12.1%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섬유·무역 부문 사업을 영위하는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인 스판덱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진입장벽이 높은 고마진 섬유인 스판덱스의 연간 생산량은 23만t으로 전체 시장에서 30%를 점유하고 있어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인적 분할 전 시가총액 이상으로 기업 가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효성티앤씨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에 경쟁 업체인 중국 저장화펑의 EV/EBITDA 8배를 적용하면 효성티앤씨 기업 가치는 1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분할 전인 지난 5월 29일 효성의 시가총액에 효성티앤씨 분할비율 0.12를 고려한 시가총액은 5650억원으로 213%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를 EBITDA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효성첨단소재 역시 글로벌 시장점유율 45%에 이르는 타이어코드 생산업체로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 4월 자회사 베트남에서 1만4400t 증설을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1만4400t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2018년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경쟁사 평균 EV/EBITDA인 6.8배를 적용한 효성첨단소재의 기업 가치는 1조3000억원으로 분할 비율을 적용한 시가총액 대비 111%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화학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효성화학은 최근 프로판가스 가격 안정과 합성섬유 원료인 프로필렌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효성화학의 EV/EBITDA 기준 기업 가치 상승 여력이 7%라고 분석했다.
효성중공업은 한국전력의 원자력발전소 설비투자 감소 영향으로 분할 전 가치 대비 -7%로 기업 가치 하락이 전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효성그룹의 재상장 이후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주회사 효성이 신설회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재상장 이후 효성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회사 지분 20%를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15%의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약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현재 1조1000억원 수준인 지주회사 효성의 지분 가치가 희석돼 재상장 시 10%의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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