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7월 10일 뉴스초점-매 맞는 의료진들
입력 2018-07-10 20:07  | 수정 2018-07-10 20:44
'환자는 최소 1m 이상의 간격을 두고 대하자'
'말투는 항상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자'
'양팔은 언제든 방어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자'

한 의료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사들의 대처법입니다. 이런 '웃픈'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죠. 지난 5월엔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환자가 의사 뺨을 때리고 폭행했는데도 벌금 300만 원에 풀려났고, 2016년 인천에선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4주 상해를 입혔는데도 징역 8개월에 그쳤습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최고형량이 실제론 무색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은 응급실 난동을 '중대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곧바로 체포해 최고 7년형까지 선고합니다. 영국은 벌금 없이 바로 징역형에 처하죠. 거기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의료진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폭행을 당한 의료진의 절반 이상은 그냥 참고 넘긴다고 하죠.

이런 일은 비단 의사들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5월, 베테랑 구급대원이었던 강연희 소방경은 자신이 응급 후송하던 주취자의 이유 없는 폭력으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되레 국민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데도 법은 이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으니,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요. 공권력이든 의료진이든, 귀한 생명을 지키는 이들을 위협하는 일은 엄히 처벌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천사들이, 자기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기막힌 상황은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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