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다스 소송비 대납, 이건희 사면 기대한 건 사실"
입력 2018-07-10 14:53 

삼성이 과거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줬다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자수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를 이 전 대통령과 삼성 간에 오간 뇌물로 본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지난 2월 이 전 부회장이 제출한 자수서를 공개했다.
이 전 부회장에 따르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하던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 또는 2009년 초 그를 찾아왔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다스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대리하게 됐는데, 대통령을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김 변호사가 이후에도 몇 차례 찾아와 다스의 소송 비용 얘기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이건희) 회장께 보고드렸더니 '청와대 요청이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김 변호사에게 삼성이 에이킨 검프 소송 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했다"고 적었다. 또 "이후 실무 책임자를 불러 김석한에게서 요청이 오면 너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에이킨 검프가 삼성전자에 청구한 비용 300만∼400만 달러 정도를 삼성 본사 또는 미국 법인의 고문료 형태로 지급했다고 전했다.

이 전 부회장은 소송비 대납 이유에 대해 "당시 삼성에서 대통령 측 미국 내 법률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한 게 사실"이라라고 털어놨다. 특히 "삼성이 회장님의 사면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는 청와대에도 당연히 전달됐을 것이고, 나중에 사면에도 조금은 도움되지 않겠나 기대가진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회장의 사면에 대한 대가로 소송 비용 대납이 이뤄진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는 지난 2월 해외에 체류하다 자신에 대한 수사 소식을 듣고 조기 귀국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저의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했다"며 "당시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한 거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토로했다.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