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열린 '제 3차 혜화역 여성 집회'에 1만9000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하자 화들짝 놀란 집권 여당이 이틀만에 비혼(非婚) 출산·양육 차별방지 당정 포럼을 개최했다. '비혼'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성차별이 심각하다는 문제인식에서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는 출생신고 시 혼인중·혼인외 출생 구별을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9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는 국회에서 '차별 없는 비혼 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제6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을 개최했다. 이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인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방식의 삶이 존중받고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어떤 아동도 가족형태로 인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위기 임신·출산 지원 강화, 신뢰(익명)출산제, 부성우선원칙의 폐지, 부(父)의 자녀 인지 시 종전 성(姓) 사용 원칙, 출생신고 시 혼인중·혼인외 출생 구별 개선 등이 제시됐다. 신뢰출산제는 본인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 임신여성이 자신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밝히는 대신 가명으로 출산지원시설 등에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제도다. 향후 자녀가 자신의 출생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녀가 일정 연령에 이르기까지는 그 정보를 밀봉해 국가에서 보관했다가 추후 자녀의 신청 등을 통해 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이를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원론적인 언급을 내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전통적인 형태가 아닌 가족에서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 인식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 주소"라면서 "오늘 논의되는 의견들이 입법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상-비정상가족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고, 가족간 평등이 실현되는 일상 민주주의가 우리 의식과 생활 속에 더 깊이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충분히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